-피곤해 보인다. 홍보 일정이 빡빡한 모양이다.
=이 작품 홍보와 별도로 <캘리포니케이션>도 찍고 있어서 한달 이상 하루도 쉬지 못하다보니 피로가 쌓이는 것 같다. (혼잣말로) 이러다가는 미쳐버릴지도….
-<엑스파일>에 다시 복귀하게 된 계기는.
=시리즈에서 빠지게 된 이유는 <엑스파일>이 싫어서라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매년 10개월을 쏟아부어야 하는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엑스파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쯤에서 잠시 휴식도 취하고 내 경력에도 변화를 줄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지쳐 있었으니까.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 모두가 가진 바람 중 하나가 <엑스파일>을 프랜차이즈 영화로까지 이끌어나가고 싶다였다. <엑스파일>의 캐릭터들이나 <엑스파일>의 팬들을 생각하면 그냥 끝내버리고 싶지 않았다.
-초과학적인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나.
=(단호하게) 전혀.
-초과학적인 현상을 믿나.
=(무심한 듯 간단하게) 그렇다.
-멀더와 스컬리가 함께 산다는 설정이 연기하기 낯설지 않았나.
=글쎄. 오히려 시리즈 때보다 실제적인 육체적 접촉은 덜한 편이라고 보는데. 시리즈에서는 멀더가 스컬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거나, 이마에 키스한다거나…. 그러고보니 진짜 키스를 몇번 하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라기보다 다 암시되어 있는 쪽이니까.
-이번 작품은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 그 둘 사이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소감을 말했더니 크리스와 프랭크가 말하길, “이 영화는 멀더와 스컬리의 사랑 이야기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들 의도에 맞추도록 노력은 해보겠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질리언과는 자주 연락하나.
=(무심히) 그다지 별로. 이메일로 가끔 연락하긴 한다.
-6년 만에 다시 멀더와 스컬리로 돌아가기가 어렵지 않았나.
=의외로 쉬웠다. 둘 다 그다지 접촉이 없다보니 예전이 그립기도 했고. 연기 궁합이라는 게 예전에 있었다면, 지금도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냥 연기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없는데 따로 노력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나. 노력한다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니까. 뭐, 시도를 해볼 수야 있겠지만.
-오랜 기간 동안 잡혀 있어야 하는 시즌형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캘리포니케이션>으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는데, 다시 텔레비전으로 돌아간 소감이 어떤가.
=6년 전의 나는 무척 지쳐 있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다양한 역도 해보았고,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케이블 채널이 등장하면서 네트워크에서 다루지 못했던 다양한 소재들이 가능해지면서 텔레비전 드라마의 질이 놀랍게 향상되었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영화나 네트워크와는 달리 특정 취향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기획되는 드라마가 더 흥미로운 것은 당연하지 않나. 13살부터 80살까지, 남성 관객과 여성 관객의 구미에 다 맞추려면 뻔한 이야기밖에 만들어낼 수 없지 않나. <아이언맨>이나 <다크 나이트>는 그중 나은 버전일 뿐이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그다지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좀더 개인적인 이야기, 작은 이야기, 인간에게 다가가는 이야기가 줄어들고 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는 기자의 말을 끊고는) 케이블 드라마는 독립영화 같다. 뭐, 요즘 독립영화라는 말은, 단지 자본의 규모만 지칭하지 실제 내용이나 스타일에서의 독립성을 표방하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면에서 케이블 드라마가 더 독립적이라고 할까. 70년대 미국이나 유럽영화들, 아니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립영화를 12주를 한 시즌으로 제작되는 케이블 드라마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6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안 그래도 어제 질리언과 함께 인터뷰에 임했는데, 그 질문이 나왔다. 그때 질리언 왈, “데이비드는 이제는 <엑스파일>과 함께하고 싶어한다는 게 달라진 점이에요”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