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다크 나이트> 걸작 블록버스터가 왔다!
2008-08-14
글 : 문석
전미 흥행기록 새로 쓰며 만장일치 가까운 호평 얻고 있는 <다크 나이트>

여름마다 극장가를 공습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영화적으로도 훌륭할 수 있을까. 그동안 몇몇 블록버스터가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블록버스터임에도’ 또는 ‘블록버스터라는 점을 고려하면’이라는 단서 조항이 달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 <다크 나이트>는 정말이지 다르다. <다크 나이트>는 시나리오, 연출, 연기, 영상,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이고 사회·정치적 적합성이나 마케팅 기법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다는, 블록버스터로서는 유례없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의 환호성 또한 대단해 이 영화는 미국 박스오피스의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명품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붙여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다크 나이트>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아울러 <배트맨 비긴즈>와 이 영화를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오르려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존재론적 고뇌 속에서 갈등하는 배트맨을 훌륭하게 소화한 크리스천 베일, 무시무시한 광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 뒤 우리 곁을 떠난 히스 레저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올 여름 세계 극장가는 검고 깊은 망토 안에 휩싸여 있다. <배트맨 비긴즈>(2005)의 속편이자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섯 번째 극장용 영화 <다크 나이트>가 박스오피스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선 미국 개봉 첫날인 7월18일 한회 상영만으로 1850만 달러를 벌어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가 갖고 있던 1690만 달러의 기록을 깼고, 18일 단 하루에 6716만 달러를 벌어들여 <스파이더맨 3>(5980만 달러)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또 개봉 첫 주말 수익은 1억5841만 달러로 <스파이더맨 3>의 1억5110만 달러를 능가했다. <다크 나이트>의 돌풍은 개봉 2주차에도 이어져 개봉 10일째인 7월27일에는 수익이 3억달러를 넘어서 개봉 16일 만에 3억달러를 넘긴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의 기록을 돌파했다. 이 영화가 조 디마지오의 56게임 연속 안타처럼 절대 깨질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타이타닉>의 전미 흥행기록 6억80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흥행세가 다소 꺾이는 탓에 미국에서 5억달러 정도 수입을 올리며 역대 2위 자리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를 논할 때 중요한 것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코믹북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의 가능성을 새롭게 규정했다”(로저 에버트, <시카고 선 타임스>), “잊히지 않고 환상 같은 <다크 나이트>는 길들지 않는 상상력의 날개로 날아오른다”(피터 트래버스, <롤링스톤>), “예술과 산업 사이, 시와 엔터테인먼트 사이에서 <다크 나이트>는 어떤 만화 같은 할리우드영화보다 어둡고 깊다”(마뇰라 다지스, <뉴욕타임스>) 등 평론가의 극찬이 이어지는 것은 <다크 나이트>가 단지 2시간 남짓한 오락거리를 넘어서 중대한 영화적 성취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 코믹북 원작 영화, 슈퍼히어로영화를 동시에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인가.

파괴되어가는 배트맨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다

<다크 나이트>는 조커(히스 레저)의 장면으로 힘차게 문을 연다. <배트맨 비긴즈>이 조커 카드를 뒤집는 배트맨의 모습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가 이 영화의 중심인물이 될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조커가 은행을 터는 첫 장면은 잔인무도할 뿐 아니라 고도의 심리게임에 능한 그의 캐릭터를 한방에 드러낸다. 조커가 은행을 턴 것은 돈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고담시의 혼란이다. 흑인 갱들에게 한 사람만 살아남는 싸움을 하게 하거나 폭탄을 실은 두 배의 승객으로 하여금 서로 먼저 폭파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게임을 강요하는 것도 거대한 혼란을, 극단적인 카오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행위다. 그는 악당 대 영웅이라는 기존의 구도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바꾸려는 파괴자이자 무정부주의자다. 그의 도발에 배트맨 또는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응답한다. 엄청난 재력이 만들어낸준 거대한 힘으로 고담시의 평화를 위해 고독한 싸움을 진행하던 웨인은 협력자를 발견한다. 그는 새로 지방검사로 뽑힌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다. 경찰, 검찰, 법원, 시청까지 모두 썩어버린 고담시를 구하기 위한 자경단원을 자처했던 웨인은 정의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진 덴트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 맡아주기를 기대한다. 그는 덴트와 경찰 고든(게리 올드먼)이 힘을 합친다면 고담시에 평온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는 외려 조커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다. 그는 ‘배트맨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 고담 시민을 차례로 죽이겠다’는 조커의 협박에 고뇌한다. 결국 배트맨은 자신의 존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아이러니 속으로 빠져든다.

전작인 <배트맨 비긴즈>가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준다면, <다크 나이트>는 성전(聖戰)을 펼침과 동시에 파괴되어가는 배트맨에 내면에 초점을 드리우는 영화다.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의 내면적 고통을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일반화한 ‘슈퍼파워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차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점에서 획기적이다. 밤의 수호자였던 그는 밝은 대낮에 정의를 실현하려는 하비 덴트에게 자신의 임무를 넘기고 일반인으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는 조커의 계략에 발목을 잡힌다. 조커가 배트맨에게 “네가 모든 것을 영원히 바꿔놓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배트맨의 존재적 갈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은 혼란에 빠진 고담시를 구해내(는 듯 보이)지만,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배트맨의 출현은 작게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과 사이비 배트맨 같은 자경단원을 양산했고, 크게는 조커 같은 악당이 꾀하는 거대한 카오스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의 윤리적 기준이나 도덕적 기준들을 충돌하게 하는 데서 기쁨을 얻는”(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조커는 그 점을 놓치지 않는다. 지능적 사이코인 그는 배트맨의 존재 자체가 더욱 큰 악의 시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배트맨이 가진 ‘힘에는 힘으로’, 그리고 ‘살인은 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원칙 사이의 허점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결국 배트맨은 “시민들에게 너는 나처럼 그저 괴물이야”라는 조커의 말처럼, 선과 악의 위태로운 경계를 헤매게 된다. <다크 나이트>를 계기로 이제 코믹북을 원작으로 하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속 슈퍼히어로는 존재론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평론가 데이비드 얀센이 <뉴스위크>에서 “그는 햄릿이 아니라 배트맨이다. 나를 얄팍하다 할진 몰라도 영화가 더 재미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스펙터클에 대한 기대감 충족시키는 시각적 충격

하지만 얀센의 말과 달리 <다크 나이트>가 어둡고 무겁고 진지하다고 해서 재미 없는 건 절대 아니다. 이 영화는 브루스 웨인, 조커, 하비 덴트, 고든, 브루스 웨인의 오랜 친구인 레이첼(매기 질렌홀) 등 영화 속 캐릭터들이 깊게 물린 톱니바퀴처럼 서로 관계를 맺고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훌륭한 드라마다. 그것은 당연히 크리스토퍼 놀란과 동생 조너선이 함께 만든 치밀한 시나리오, 놀란의 세심한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풍성한 연기력에 힘입은 것이다. 물론, <다크 나이트>는 블록버스터영화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미덕인 스펙터클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데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충격의 첫째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촬영한 놀라운 이미지다. 아이맥스로 촬영한 영상은 일반적인 35mm 필름으로 찍은 화면에 비해 훨씬 뛰어난 해상도와 선명도, 채도를 가지고 있지만, 35mm 카메라에 비해 훨씬 크고 무겁고 다루기 까다로우며 불편한 탓에 아이맥스는 주로 정적인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사용돼왔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아이맥스영화를 보며 경탄해왔던 놀란 감독은 “관객에게 액션이 벌어지는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아이맥스와 35mm 필름이 함께 담긴 최초의 장편 상업영화’로 만들어냈다. 조커가 은행을 터는 첫 시퀀스를 비롯해 홍콩에서 펼쳐지는 액션신, 배트맨과 조커의 추격신, 최후의 대결 등 6개 장면에서 30분 분량 정도에 활용된 아이맥스의 효과는 놀라울 정도다. 화질의 차이는 물론이고 35mm 필름(2.40 대 1)에 비해 세로 변의 길이가 긴(1.34 대 1) 아이맥스의 특성은 인물과 함께 수직으로 죽죽 뻗은 빌딩을 담아낼 때 극대화된다. 물론 이들 장면은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봐야 제맛을 느낄 수 있겠지만, 촬영감독 월리 피스터는 “2.40 대 1로 상영될 때조차 아이맥스로 찍은 시퀀스는 더욱 선명하며 깨끗하고 향상된 콘트라스트와 잡티없는 화질을 보여준다”고 자부한다.

이 영화가 전하는 또 하나의 시각적 즐거움은 생생한 실재감이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일부 장면을 시카고 시내에서 촬영했던 놀란 감독은 “속편을 만들 때는 좀더 크고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60%에 달하는 장면을 실제 도시 공간에서 촬영했다. 특히 고담시의 외경이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고층건물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놀란 감독이 어린 시절을 잠시 보냈던 시카고 시내에서 찍엇다. “실제 세계의 규모를 재현하기를 원했”던 놀란 감독의 의도는 액션 연출에서도 관철됐다. 대형 블록버스터일수록 CG 비중이 막대하게 높은 최근의 경향과 정반대로 그는 스턴트맨과 특수효과 전문가가 만들어낸 아날로그 액션을 원했다. 가장 놀라운 장면은 시카고의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라 살 스트리트에서 촬영한 자동차 추격신이다. 그중에서도 특수효과 슈퍼바이저 크리스 코보울드의 노력 끝에 완성된 바퀴 18개가 달린 길이 12m의 대형 트레일러가 수직으로 뒤집히는 신은 한마디로 압권이다. 이런 감독의 의중은 배우들에게도 전달됐다. 크리스천 베일과 히스 레저는 위험천만한 스턴트장면을 대부분 스스로 소화했다. 베일은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던 110층짜리 시어스타워(443m)의 꼭대기에 홀로 서 있는 장면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실제 도시에서 실제 행해진 액션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담아낸다는 이 영화의 전략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마이클 만의 <히트>처럼 한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보여주려 한 놀란의 의도는 어떤 정교한 CG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생생한 스펙터클을 창조했고, 이는 <다크 나이트>를 만화 같은 공상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한다.

현실세계의 정치학과 조응하는 실재감

이 같은 실재감 또는 현실감은 영화 바깥의 현실과 만나면서 묘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에서 배트맨의 존재는 악을 퇴치하기보다는 더 강한 악당을 고담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는데, 이는 악(알카에다, 빈 라덴, 테러리스트)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이 더 커다란 재앙(테러의 생활화!)을 부른다는 현실세계의 정치학과 유사하다. 놀란 또한 <뉴스위크>와 한 인터뷰에서 ‘배트맨의 존재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처럼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배트맨은 세상을 바꿨지만 꼭 좋은 쪽으로만 바꾸진 않았다”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바그다드는 혼돈의 위협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그런 상황이 미국 도시에서 벌어진다고 상상한다면 끔찍하지 않은가?”라고 답해 현실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슈퍼맨이 미국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라면 배트맨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바라보는 미국”이라는 알프레드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의 말은 의미심장하기도 하다.(지나치게 작위적인 비교라고? 조커가 배트맨을 협박하기 위해 가짜 배트맨을 처형하는 비디오를 방송국에 보내는 장면이나 배트맨이 시민들의 휴대폰을 도청하는 장면을 보라).

만약 <다크 나이트>가 그 실제 내용물에 비해 더 무겁고 어둡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의 죽음이 영화 안과 밖에 드리웠기 때문일 것이다. 히스 레저는 2007년 11월 <다크 나이트>의 촬영을 마친 얼마 뒤인 2008년 1월22일 뉴욕의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의 직접적인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추정됐지만, 많은 언론과 팬들은 <다크 나이트>에서의 조커 역할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들은 레저가 촬영 전 한달 동안 호텔에 머물면서 조커의 심리, 내면, 목소리를 만들었고, 조커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다이어리까지 적을 정도로 캐릭터에 과도하게 빠져들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시계태엽 오렌지> 속 알렉스나 섹스 피스톨스의 시드 비셔스 같은 존재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등 캐릭터에 몰입했던 건 사실이지만, “(조커 역은) 내가 해왔던 역할 중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자유로웠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을 정도로 레저는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이 영화에 임했다. 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저 너머에 존재하지만, 확실한 점 하나는 로저 에버트, 케빈 스미스 등의 지지에 힘입어 그가 1977년의 피터 핀치 이후 처음으로 사후에 오스카상을 받는 배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배트맨 비긴즈>보다 3배는 중대한 영화다. 제길, 이전까지는 <배트맨 비긴즈>가 가장 중대한 영화였는데”라는 케빈 스미스 감독의 평은 단지 농담이 아니다. 이미 <배트맨 비긴즈>로 슈퍼히어로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놀란 감독은 바람대로 <대부2>와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만큼이나 훌륭한 속편을 만들었다. 만약 케빈 스미스의 말대로 <다크 나이트>가 <배트맨 비긴즈>보다 3배 뛰어나다면, 3편은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훌륭한 3편 영화는 무엇이 있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직 세 번째 배트맨영화를 연출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놀란이 빨리 마음을 굳혀 ‘영화 사상 최초로 걸작인 3편 영화’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다크 나이트>가 놀라운 이미지를 선사하는 까닭

아이맥스 기술 접목한 최초의 장편 상업영화

아이맥스 필름이 일반적인 35mm 필름보다 월등한 화질을 자랑하는 까닭은 단순하다. 크기 때문이다. 아이맥스 필름은 35mm 필름의 크기의 거의 10배에 달한다. 덕분에 이 필름은 어마어마한 양의 시각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런 기술적 이점에도 아이맥스가 장편 상업영화에서 활용되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은 우선 아이맥스 상영관이 많지 않아 시장성이 작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맥스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보다 부피가 클 뿐 아니라 무게도 27kg에 달해 기동성에 문제가 있다. 비용도 많이 든다. 아이맥스 필름은 35mm 필름에 비해 3배나 비싸며, 한번 촬영하면 3분마다 매거진을 재장전(롤체인지)해야 한다. 게다가 일반 카메라에 비해 소음도 심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카고에 살던 어린 시절 아이맥스 스크린을 갖춘 박물관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 거대한 포맷의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그는 촬영감독 월리 피스터와 <다크 나이트>를 65mm 필름을 장착하는 아이맥스 카메라와 35mm 카메라로 찍은 화면을 혼합해 만들기로 결정한 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테스트 결과 아이맥스로 찍게 되면 35mm만으로 촬영할 때보다 비용이 무려 4배나 많이 들었다. 놀란은 워너브러더스를 찾아가 테스트 결과와 함께 이 영화가 아이맥스 기술을 접목한 최초의 장편 상업영화가 될 것이고, 이 홍보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득했다. 워너브러더스는 은행 강도 장면 등을 포함해 4개의 액션 시퀀스에 아이맥스 촬영을 허락했고, 결국 아이맥스 촬영신은 6개로 늘어났다.

65mm인 아이맥스 필름과 35mm 필름을 한 영화 안에서 조합하는 일은 다소 복잡했다. 아이맥스 필름의 가로세로 비율이 1.34 대 1인데 비해 35mm는 2.40 대 1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맥스 스크린을 위한 버전을 위해서는 35mm 필름의 좌우를 날려야 했고, 35mm 상영을 위해서는 아이맥스 필름의 위아래를 잘라야 했다. 아이맥스 필름을 35mm로 전환할 때 놀란은 편집기사 리 스미스와 함께 프레임별로 어느 부위를 중심에 놓고 전환할지를 판단해야 했다. 놀란과 피스터가 촬영할 때부터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은 물론이다. 놀란은 아찔한 아이맥스 스크린의 높이를 이용하기 위해 헌팅 때부터 수직적으로 강조되는 이미지를 찾아나갔다. 아이맥스 촬영에는 또 하나의 난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조명이었다. 35mm 촬영 때는 프레임 안에 들어오지 않는 높이에 조명을 설치하면 됐지만, 세로 비율이 큰 아이맥스에서는 조명기가 숨을 곳이 없었다. 피스터와 그의 팀은 촬영 때마다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다. 그렇게 힘들여서 작업한 결과? 말 그대로 백문이 불여일견.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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