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주성치] 예전에 기르던 강아지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2008-08-28
글 : 주성철
감독·주연한 주성치 인터뷰

-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가 영화에 큰 영감을 줬다고 하는데.
=지난 2005년 중국의 선저우 6호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크게 고무됐다. 그것은 우주 탐사에 대한 중국인의 욕망을 대변하는 사건이다. 그래서 나는 내 영화에 외계의 요소를 꼭 넣어보고 싶었다.

-귀여운 장강7호 이미지는 어떤 아이디어로 디자인한 건가? 당신의 애완동물과도 관련이 있나.
=장강7호라는 생물체의 이미지에 대해 특수효과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강아지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강아지는 인간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친구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강아지를 키웠는데, 강아지가 암에 걸려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치료를 받아봤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 뒤 녀석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져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됐다. 그때는 나도 여러 편의 영화에 매어 있어서 밤낮이 바뀐 상태였다. 하루는 아침에 촬영 때문에 나가려는데 갑자기 녀석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녀석은 거실 중간까지 걸어나와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때 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에 쫓기고 있어 급히 나가야만 했다. 나중에 촬영장으로 연락이 왔는데 그날 오후 녀석이 죽었다고 했다. 그때 나는 아침에 녀석이 나와 작별인사를 하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에서 당신이 일하는 공사현장은 실제로 어디인가.
=상하이 인근 닝보라는 시의 버려진 공터였다.

-어린 시절 당신이 가장 갖고 싶었던 선물은 뭐였나.
=물론 장난감이었다. 사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헤어졌다. 하지만 두분이 함께 계시던 때 나를 데리고 나가셨던 기억이 난다. 그날 나는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하고 사달라고 떼를 썼지만 어머니는 아무리 해도 사주지 않으셨다. 그때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 장난감을 사면 그 달의 생활비가 부족해진다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사주라고 하셨다. 그 일로 두분은 결국 부부싸움을 하셨다. 그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에 비슷한 내용을 넣은 것이다.

-<쿵푸허슬>의 중요 무대인 돼지촌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 나오는 쓰러져가는 집도 옛 홍콩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어렸을 때 나 역시 가난한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런 공간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여자인 서교에게 남장을 시킨 이유가 있다면? 함께 출연한 다른 남자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굳이 그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계속 남자아이에게 이 역할을 시키고 싶었지만 여러 번 시도해봐도 적합한 배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서교를 보고 테스트해봤는데 첫 테스트에서 바로 적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나는 서교에게 즉흥적으로 사장 역할을 해보라고 했는데 어른의 느낌을 뽑아내서 놀라웠다. 서교는 여자아이지만 머리를 자르자 남자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서교를 썼고 그 효과에 대해서도 크게 만족한다.

-서교는 착하면서도 무척 장난꾸러기인데 당신의 어린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 내 어린 시절의 꿈과 행동을 서교에게 투영하긴 했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극중 서교보다 훨씬 더 장난꾸러기였다. 하지만 때로 나는 아주 조용해지기도 해서 가족들이 이상하게 여기곤 했다.(웃음)

-<소림축구>부터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가 당신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 같다. 실제로 최근엔 당신이 영화를 구상하는 초기 단계부터 그런 점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나.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에서부터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촬영을 할 때면 컴퓨터를 이용해 시나리오 속의 화면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애쓴다. 철저히 도구라고 여기는 편이다. 가끔은 효과가 생각보다 좋지만 때론 효과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늘 여러 번의 수정을 반복한다.

-당신이 예전부터 좋아한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들과 가장 비슷한 정서의 영화가 바로 <CJ7: 장강7호>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스티븐 스필버그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감독으로 영화에 대한 내 관점에 많은 영향을 줬다. 그는 다양한 소재로 늘 새로운 것을 만든다. 게다가 언제나 상업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 균형은 내가 영화를 찍는 중요한 원칙이다.

-다시 당신의 쿵후영화가 보고 싶다.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지금 구상 중인 작품이 있으면 얘기해달라.
=다음에 찍을 영화에는 쿵후 동작의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사실 나는 이것들이 포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제와 내용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거기에 더 신경써주면 고맙겠다. (웃음)

사진제공 코리아 스크린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