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장난스러움이 강지환의 제일 첫 번째 이미지”라고 그의 어떤 팬은 자신의 블로그에 간절하게 써놓았다. 주로 모범생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형을 많이 해왔으며 말썽 많은 귀공자의 표정을 많이 지어왔기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 것이다. <경성스캔들>에서는 경성 최고의 발랄한 멋쟁이로, <쾌도 홍길동>에서는 기존의 홍길동이라는 모델을 뛰어넘는 현대적 인물형으로 분했다. 굳이 사극이 아닌 현대극에서도 그의 많은 역할은 강지환의 이미지를 장난스러운 귀공자 타입에 가깝게 묶어놓았다. 물론 그건 아직 흉이 아니다. “개그 본능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기존 드라마에서 그런 이미지 표현이 많이 됐기 때문일 거다.”
개인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건 “한 작품에 희로애락을 모두 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연기할 때 보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 <영화는 영화다>에서 강지환이 맡은 배우 수타는 기쁘고 즐거운 쪽보다는 슬프고 노여운 쪽에 더 가깝지만, 사실 그 두 가지로도 설명하기는 어려운 다른 경우다. 강지환은 <영화는 영화다>에서 확실히 무언가 좀 다른 것을 시도한다.
드라마 <쾌도 홍길동>이 끝나고 한달쯤 지났을 때 그에게는 여러 계획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일본에서 잠시 쉬며 일본어도 배우고 그곳에서 있을 앞으로의 활동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그때 마침 <영화는 영화다>의 제안을 받았다.“영화는 독립영화를 빼고는 해보질 않아서 드라마로 계속 갈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드라마쪽에서 안정된 상태에 접어들면 그때 영화라는 새 분야를 새롭게 도전할까 생각했는데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끈 건 이 점이었다. “기존에는 주로 여배들하고만 짝을 지어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강한 수컷 냄새가 나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그 역할이 온 거다.” 수컷? 귀공자 혹은 장난꾸러기가 투견장처럼 거친 곳으로 묘사되는 영화 촬영현장의 주인공이며 그곳에서 싸움을 이끄는 투견처럼 무섭고 막무가내인 수타가 된다.
강지환이 영화에서 맡은 수타는 당대 최고의 스타이지만 늘 사고를 치고 다닌다. 성격이 그리 좋지 않으며 사생활도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촬영 도중 동료에게 상처를 입힌 뒤 나쁜 소문이 돌아 아무도 그와 함께 촬영하려 들지 않자 자신이 직접 나서서 진짜 깡패인 강패(소지섭)를 끌어들여 상대역을 시키고 액션영화를 찍는다. 여기까지만 말해도 이번 영화가 무언가 강지환의 모험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거친 남자 둘이라니. “영화 자체가 남자 대 남자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에 은연중에 흐르는 대결구도가 영화의 아우라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선배나 후배, 상대 여배우가 아니라 동년배 친구하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느낌이 살아난 것 같다”
물론 영화 작업에 대한 낭만은 일찌감치 깨졌다. “환상이 있었다. (웃음) 배우와 감독이 늘 충분하고 완벽하게 이야기하고, 촬영 끝나면 매일 스탭들하고 소주 마시고. 파라다이스일 것이라고….” 영화 찍기가 즐겁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비교적 많지 않은 예산과 바쁜 촬영 일정 속에서 그가 마주한 건 그런 꿈꾸기가 아니라 ‘이거 흥행은 나중이고, 연기 못한다는 소리 들으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이었다. 물론 <영화는 영화다>가 강지환의 첫 번째 영화는 아니다. 이미 <방문자>에서 강지환은 장난기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든 순결하고 이상적인 청년이자 여호와의 증인으로 나와 묘하게 가슴을 치는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때 거기서 강지환은 순백의 청년 계상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의 수타는 그것과 또 다른 정반대의 인물이다. 긴장은 거기서 왔을 것이다.
“중간에는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연기 방식이 안정을 되찾아주었다. 강지환은 순간적인 애드리브나 아이디어를 자주 떠올리는 편이다. 그런 연기 습관이 뒤따르면서 촬영장에서 그는 편해지고 있었다. “수타라는 친구는 자존심이 대단해서 뭔가 자기를 알아달라는 비주얼을 팔에 새길 것 같아 ‘수타’라는 타투를 제안했다. 자기 이름을 쓴 거다. 수타라는 말에서 스타가 연관되어서 목 뒤에는 그 모양의 비주얼 문신도 새겼다. 또 무작정 까칠하고 건방진 면만 보이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재미있게 군것질하는 모습 등으로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다. 홍삼 팩, 초콜릿, 뻥튀기 먹을 때 행동들이 그렇다. 감독님이 생각했던 수타는 인간적인 면이 단절된 마치 시멘트 같은 인간이었다. 아주아주 까칠한 수타. 내가 생각했던 건 약간 말랑말랑하면서도 좌충우돌하고 또 왔다갔다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절충하면서 나온 게 지금의 수타 모습이다.” 수타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영화에는 수타가 비참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은 채 깡패들에게 뭇매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진흙 벌판에서 강패와 단둘이 개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나온다. 둘 다 귀공자라면 하지 않을 짓이다. 강지환은 연기를 빗대어 “마치 빙의에 드는 일인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는 아직 수타의 빙의에서 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 그를 경계하자. 아직 그는 거친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