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인도에는 발리우드영화만 있는 게 아니다
2008-10-04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살육의 시간>의 난디타 다스 감독

대상을 왜곡하지 않는 카메라의 움직임,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난디타 다스 감독의 <살육의 시간>은 1950~90년대에 활동한 인도의 거장 사트야지트 레이 감독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평소 인도사회의 편견,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배우출신의 그녀는 우연히 2002년 3월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무슬림과 힌두교 사이의 학살사건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화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그녀가 촬영감독과 함께 정한 원칙은 ‘촬영이 이야기의 성격을 대변해야지 이야기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영화 속 세 가족 이야기의 촬영 컨셉을 각각 다르게 정했다. 모든 것이 불타버린 부부의 이야기는 핸드헬드를 통해 긴박감과 절망감을, 중년 부부의 이야기는 느린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부유하는 느낌을, 마지막으로 델리로 돌아가려는 부자 부부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최대한 안정적으로 촬영하였다. 감독은 “무엇보다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꼬마 ‘모한’이다. 그 아이의 눈을 통해 인도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촬영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사실적이다. 흔히 인도배우하면 춤과 노래로 흥건한 발리우드산 감정과잉의 연기를 떠올릴 법도 한데, 그녀는 “배우로 30여 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깨달은 것은 연기는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점”이라며 자신의 배우들에게도 최대한 현실적으로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인도 관객들에게 부조리한 인도의 현실을 보여주겠다는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대다수의 인도국민들은 발리우드산 영화에만 빠져있는 게 현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인도에는 발리우드영화만 있는 게 아니라 사실주의 영화도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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