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순간> Everlasting Moments
얀 트로엘 |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 2008년 | 125분 | 월드시네마 | 10:00 롯데시네마4
지독한 PIFF 마니아라면 스웨덴 거장 얀 트로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게다. 특히 2003년 제8회 PIFF의 남포동 핸드 프린팅 행사에 참여한 관객이라면 말이다. 그래도 더욱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얀 트로엘이 흔히 ‘스웨덴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되새겨보자(나머지 두 명은 보 비더버그와 작년에 서거한 잉마르 베리만이다).
트로엘의 신작 <영원한 순간>은 사회주의 사상이 동쪽으로부터 전해지고 서쪽 자본주의 시장이 침범하며 사회적인 변혁을 겪던 20세기 초 스웨덴 말뫼가 무대다. 알코올중독자 남편에게 시달리면서도 세 아이를 열심히 기르는 주부 마리아는 흔들리는 가계를 돕기 위해 복권으로 당첨 받은 오래된 카메라를 팔려한다. 하지만 마리아를 사모하는 사진관 주인 페르데센의 도움으로 그녀는 카메라 사용법을 배운 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는 선택해야만 한다. 사진기를 통한 자유를 얻을 것인가. 혹은 고전적인 어머니와 부인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해야만 할 것인가.
얀 트로엘 감독은 큰딸의 내레이션을 통해 어머니의 의무와 한 인간으로서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며 늙어갔던 마리아의 생애를 조용히 회고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페미니즘영화로 읽어도 좋고 서정적인 시대극으로 봐도 썩 괜찮다. 특히 어머니와 함께 PIFF를 찾을 관객이라면 이 우아하고 서정적인 스웨덴 시대극을 예매 리스트에 꼭 올려놓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