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야오이 알아보기] 짝짓기 제1원칙은 비주얼
2008-11-20
글 : 박혜명
도원-창이, 조인성-강동원 등 동인녀들이 사랑한 커플 열전

야오이에 대해 대충 파악이 된 것 같다고요? 다행이군요. 이제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야오이 문화의 꽃! 동인녀의 본능! 바로 커플놀이입니다.

<놈놈놈> 도(원)-창(이) 커플

아마도 올해 영화·드라마계가 낳은 가장 대형 커플이 있다면 이들일 것이다. ‘비주얼적인 아름다움’에서 압도적일 뿐 아니라 ‘바람직한 키 차이’로 인해 단숨에 메이저 커플로 등극한 도원(정우성)과 창이(이병헌)는 <놈놈놈>과 관련한 각종 2차 창작물에서 가장 많은 내용물을 쏟아냈다. 더 나아가 창이는 총수(모든 상대 캐릭터들에 대해 수의 위치에 처하는 캐릭터)의 입지까지 다졌다. 이 와중에 병춘(윤제문)-만길(류승수)과 같은 커플 지지자도 존재했는데 이들은 <놈놈놈> 팬덤 내에서도 마이너의 길을 외롭게 걸었다는 후문이다. 정우성의 조용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에 이끌린 도-창 커플 지지자들도 꽤 있었다. 지금도 이 영화 팬덤에서는 팬북 및 각종 팬시 상품들이 자체 생산돼 나오고 있다. <놈놈놈>이 이토록 동인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 당시 마케팅을 맡았던 박혜경 실장에 따르면 “남성적인 영화라 개봉하기 전까지는 여성 관객을 걱정했다”며 “미남들을 붙여놓으니까 이런 결과가 생기는구나” 싶었다고.

<하얀 거탑> 준혁-도영 커플

<하얀 거탑>

<놈놈놈>의 도-창 커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하얀 거탑>을 즐겨본 여성 시청자 중 많은 동인녀들은 이 두 사람을 커플로 묶길 주저하지 않았다. 목표지향적이며 냉철한 성격의 준혁(김명민)과 섬세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도영(이선균)은 명백히 친구 관계인 동시에, 도영이 준혁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인내와 포용을 보이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것이 동인녀들 눈에 사랑으로 재해석된 셈. 그래서 드라마 방영 기간과 그 이후에 걸쳐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드라마 뮤직비디오가 팬들에 의해 많이 만들어졌고, 팬픽도 생산됐다. 팬들이 만든 편집 영상은 두 사람의 관계를 동성애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장면들과 대사들로 이루어졌으며,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성(이선균)-유주(채정안) 장면과 <하얀 거탑>의 준혁 장면을 편집한 삼각관계 로맨스 영상도 나왔다. 딱 떨어지는 꽃미남들이 아님에도 열렬한 사랑을 얻었던 커플이다.

<장화, 홍련> 근(영)-수(정) 커플

<장화, 홍련>

특이하게도 캐릭터가 아닌 배우들의 실제 이름으로 커플링이 된 예다. 문근영의 이름이 앞에 놓이고 임수정의 이름이 뒤에 놓인 데서 짐작하겠지만 공의 위치를 갖는 사람은 문근영이다. 이유는 ‘둘 중에 더 잘생겼다고 표현할 수 있는 외모가 상대적으로 문근영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 커플을 만들 때 백합물 팬들이 주로 삼는 기준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에서 우리가 무작정 예쁘다고 알고 있는 윤아는 팬들 사이에서는 ‘잘생긴 윤아’, 즉 커플을 만들자면 공의 역할이 더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어쨌거나 이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임수정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좀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전까지 바로 이 근-수 커플팬과 <장화, 홍련>의 골수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조인성-강동원

영화나 드라마가 맺어주지 않았음에도 모든 동인녀들의 로망, 천국, 꿈의 조합으로 여겨지는 커플이 있으니 바로 이 두 사람이다. 기준은 당연히 비주얼, 어디까지나 외모다. 인상과 모든 신체 조건을 감안했을 때 동인녀들의 관점에서 완벽한 꽃미남 커플 아우라를 뿜는 동시대 스타들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넣고 검색을 시도해보면 이들을 주인공으로 동인녀들이 자체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심심찮게 발견한다. 고려시대 때 존재했다는 미소년 친위부대를 소재로 한 영화 <쌍화점>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동인녀들이 조인성의 캐스팅 소식을 먼저 접한 뒤 강동원이 동반 캐스팅되기를 바라마지않았던 것도 이 커플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동인녀가 사랑하는 커플들은 많다. <왕의 남자>의 감우성-이준기 커플은 우리나라 동인계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할 커플이며,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윤복(문근영)-정향(문채원) 커플은 야오이계와 백합계를 물을 것 없이 양쪽에서 모두 열광해 마지않는 커플이다. 또 지난 여름, 가수 G의 노래 <고독한 인생> 뮤직비디오에 소지섭과 유승호가 나란히 출연하자 동인계는 또 한번 발칵 뒤집혔다. 뮤직비디오 줄거리상으로는 유승호가 소지섭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지만 야오이적인 관점에선 그 둘이 그렇게 단순하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영상으로 유승호는 동인계가 계속 ‘주시해야 할’ 꽃미남 대열에 확실하게 편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