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트와일라잇> 감독 캐서린 하드윅 인터뷰
2008-12-16
글 : 김도훈
“10대의 호르몬에 관한 메타포”

캐서린 하드윅이 <트와일라잇>의 감독으로 선정됐을때 할리우드의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하드윅의 이력 때문이다. 그녀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크리스 콜럼버스가 아니며, 단 한번도 10대 팬들을 메인 타깃으로 삼는 주류 상업영화를 감독한 적이 없다. 만약 예정대로 파라마운트가 <트와일라잇>을 제작할 예정이었다면 하드윅은 결코 감독으로 간택받지 못했을 것이다. 파라마운트가 제작을 중단하자 저작권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제작사인 서밋엔터테인먼트에 넘어갔다. 다행히도 그들에게는 하드윅을 감독 자리에 올려놓을 만한 대담함이 있었다.

캐서린 하드윅은 프로덕션디자이너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공간을 창조하는 그녀의 재능은 <바닐라 스카이>나 <쓰리킹즈> 같은 주류영화들은 물론 <탱크걸> <서버비아> 같은 독립영화에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하드윅은 카메론 크로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같은 재능있는 감독들과 작업하면서 서서히 감독의 꿈을 키웠고, 이후 UCLA 영화학교에서 정식으로 영화를 공부한 뒤 첫 번째 장편영화 <13>을 만들어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그리고 70년대 LA의 스케이트보더 소년들을 다룬 <독타운의 제왕들>, 마리아의 예수 잉태를 다룬 <네티비티 스토리: 위대한 탄생>을 감독했다.

사실 오랫동안 하드윅의 영화들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서밋엔터테인먼트의 선택에 크게 의아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한 종류의 독립영화들로 채워져 있지만 영감의 원천은 언제나 ‘십대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13>은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13살 소녀가 문제아 급우를 만나면서 끝없는 일탈로 치닫는 이야기고, <독타운의 제왕들>은 7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일구어낸 가난한 소년들의 이야기다. 예수 잉태기를 다룬 <네티비티 스토리: 위대한 탄생>도 마찬가지다. 캐서린 하드윅은 16살 소녀 마리아가 처녀 잉태를 한 뒤 겪는 심적 고행을 마치 <주노>의 종교적 버전처럼 만들어냈다. 그녀에게 초현실적인 사랑에 고민하는 십대 소녀의 이야기 <트와일라잇>은 결국 전작들의 세계와 동일한 우주에 속한 이야기인 셈이다. 캐서린 하드윅의 외신 인터뷰들을 일부 발췌해서 싣는다.

캐서린 하드윅(가운데) 감독.

-<13>과 <네티비티 스토리: 위대한 탄생> <독타운의 제왕들> 그리고 <트와일라잇>은 모두 십대 시절에 대한 영화다. 왜 그 시절에 대해서 그토록 관심을 갖는 것인가.
=십대는 처음으로 키스하고, 자동차를 몰고, 술에 취하고, 정신나간 미친 짓들을 벌이는 시절이다. 수많은 드라마가 있다. 그래서 영화적으로 흥분되고 아름다운, 혹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트와일라잇>은 소망성취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악동과 사랑에 빠지고, 악동도 당신과 사랑에 빠지고, 그런 소녀들의 소망성취라고나 할까.

-<트와일라잇>과 <HBO>의 <트루 블러드> 등 지금 우리는 뱀파이어 신화의 새로운 유행을 목도하고 있다. 왜 뱀파이어들이 대중문화에 이처럼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걸까.
=불멸에 대한 욕망이다. 사람들은 영원한 젊음이라는 주제에 끝없이 빠져든다. 우리가 매일매일 대하는 광고들만 봐도 그렇지 않나.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벨라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에드워드처럼 영원히 젊은 상태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소설의 그녀는 심지어 석달이라는 나이 차에도 집착한다. 미친 짓이지만 그런 게 바로 우리의 문화다. 십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뱀파이어는 십대의 호르몬에 대한 메타포다. 십대가 되면 갑자기 새롭게 핏줄로부터 배어나오는 성적인 욕망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상대를 마음 내키는 대로 공격해서 섹스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동물적인 충동과 싸운다. 많은 십대들이 그러하듯이.

-원작자 스테파니 메이어는 모든 독자들이 벨라에게 감정을 이입하도록, 마치 텅 빈 캔버스처럼 그녀를 그려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캐스팅했을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
=모든 소녀들은 자신이 벨라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누구도 우리의 캐스팅에 대해 100%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튜어트가 지나치게 예쁘다고, 누구는 충분히 아름답지 못하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인투 더 와일드>에 출연한 스튜어트를 봤을 때 나는 그녀가 강인함과 완벽한 나약함을 동시에 지녔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벨라와 똑같은 나이이기도 하고.

-원작은 에드워드의 아름다움을 끝없이 예찬한다. 그의 근육들이 어떻게 티셔츠 위로 보여지는가에 대해서 계속해서 묘사한다. 원작이 에드워드를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한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졌나. 특히 영화를 볼 남성 관객을 고려해서 말이다.
=어떤 남자배우라도 영화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표현할 거란 사실에 민망함을 느낄 거다. 하지만 영화는 책과 다르다. 외모를 디테일하게 여러 페이지 반복해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뱀파이어는 슈퍼히어로다. 모든 소녀들을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고, 소녀들을 보호할 힘이 있으며, 악당 뱀파이어와 싸우는 건 모든 남자들의 판타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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