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이시영] 톰보이형 팜므파탈
2009-07-06
글 : 장미
사진 : 이혜정

기습 키스를 하는가 하면, 센 척하지만 여리고, 솔직해 보여도 비밀이 많다. 이 도발적인 고교생과 어울리는 배우가 누굴까. <우리 결혼했어요>의 애청자라면 얼핏 정답을 떠올리지 않을까. 이시영. 생애 첫 영화에서 그녀는 당신 상상 속 이시영과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영화 데뷔작 <오감도>와 드라마 <꽃보다 남자>(<꽃남>), <바람의 나라> <도시괴담 데자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우결>). 이시영의 활동은 그게 전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제 막 신인배우 딱지를 벗었을 뿐인 그녀에게, 이상하게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는다. 옴니버스영화 <오감도>의 이시영 역시 그렇다. 그녀가 출연한 편은 김동욱, 정의철, 송중기, 신세경, 이성민 등 풋풋한 젊은 배우들을 한데 모은 오기환 감독의 에피소드. 발칙하게도 고교생의 스와핑을 그리는 이야기다. 세쌍의 연인들이 하루 동안 커플 체인지를 시도하는데, 이시영이 연기하는 정세영은 가장 예측 불허의 인물, 이른바 주도권을 잡는 데 익숙한 타입이다. 늦었다고 투덜대는 상대에게 장난스럽게 펀치를 날리고, 대담하게 키스를 쏟아붓는가 하면, 마지막 거사를 치러야 하지 않겠나며 은근히 마음을 떠본다. 미술 교사와도 뭔지 모를 사건이 있었던 듯하다. 설익은 소년을 당황하게 할 만한, 관객 입장에선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름을 만들어 붙이자면 ‘톰보이형 팜므파탈’.

“오기환 감독님이 TV에서 나를 보고 그 캐릭터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꽃남>은 살짝 보셨고, <우결>일 거다. 드라마는 아니지만 내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당당한 면이 있다. 할 말 다 하고. 화나면 화내고. 세영이도 당찬 캐릭터니까 감독님께서도 맞을 것 같다고. 게다가 내가 두 시간 동안 이끌어가는 그런 영화는 아니잖나. 20분 동안 세 커플이 나오기 때문에 부담도 적었다.” 캐스팅된 건 마지막 에피소드였지만, 우연찮게도 첫 촬영은 유영식 감독의 편이었다. 김수로가 영화감독으로, 배종옥, 김민선이 배우로 출연하는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시영은 감독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고등학생으로 짧게 얼굴을 비춘다. 대본도 없이 설정만 듣고 연기에 임한 그녀는 그때 너무 신났다고 했다. “장난기가 많아서 그런지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사인 받다가 ‘진짜 김수로 닮았어요’ 하는 식으로. 유영석 감독님도 신나게 웃으시던데, 시영아, 그냥 사인 받으라고. (웃음)”

방영시기가 엇갈려 오해를 사곤 하지만 출연순서로만 따지면 <꽃남>이 <우결> 이후다. “오디션을 봤는데, 정말로 많은 친구들이 거쳐갔다고 하더라. 그때 전반부 캐릭터 중엔 2명밖에 안 남았다고 들었다. 하재경과 오민지. 거의 기대를 안 했다.” 오민지는 구준표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단짝 친구 금잔디를 함정에 빠뜨리는 삐뚤어진 애정의 소유자. 울면서 자신을 봐달라 준표에게 매달리는 일부 에피소드들은 몹시도 감정적인데, 이시영은 민지가 외려 “헷갈리는 게 없는 아이”라고 표현했다. “민지는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긴 해도 확실하다. 준표를 애증하는 것만큼은. 나는 오히려 수학 공식처럼 받아들였다.”

갑자기 찾아든 인기 탓일까. 이시영은 근래 온갖 구설에 시달렸다. 임성한 작가의 신작 드라마에 캐스팅되자 주인공이라는 잘못된 보도가 떠돌았고, <우결>에서 가상 배우자로 함께한 전진과 실제로 사귄다는 뉴스가 연일 포털 사이트의 대문을 장식했다. “아무렇지도 않다. 혼자 부인하고 있다. 그렇게 써달라.” 이 모든 사건은 이시영이 떠오르는 아이콘, 핫한 배우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사람이든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출발선을 넘어 가장 빨리 달려가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이윤미·헤어 득예(라륀느)·메이크업 허은미(라륀느)·의상협찬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강희숙, 산드로·액세서리 협찬 외치, 제이미 앤 벨, 주시꾸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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