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새로운 이탈리아 여성 감독의 소박하고 반가운 데뷔작 <우주비행사>
2009-10-12
글 : 김도훈

우주비행사 Cosmonaut
수산나 니키아렐리 | 이탈리아 | 2009년 | 87분 | 플래시 포워드

지금 세대가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세계 최초로 생명체와 인간을 우주로 쏘아올린 국가는 소비에트 연방이었다. 소비에트 연방이 어디냐고? 지금은 러시아로 알려져 있는 부패한 석유 강국 말이다. 이탈리아 영화 <우주비행사>는 소비에트와 미국의 우주 진출 경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와 60년대 초를 배경으로, 15살의 어린 공산당원 소녀 루치아나의 성장을 다루는 경쾌한 코미디 영화다. 아버지의 염원을 이어 적극적인 공산주의자로 활동하는 루치아나는 간질병에 시달리는 오빠 아르투로와 함께 소비에트 연방의 우주 진출에 열광한다. 그녀에게 세계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은 일생일대의 영웅이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의 정치적 신념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하필 엄마는 우파 부르주아 계부와 결혼해 루치아나의 신경을 건드리고, 로마청년공산당에도 여성차별적인 망나니들만 가득하다(80년대 한국에도 득시글거리던 성차별 마초 운동권 남정네들 말이다).

<우주비행사>는 향수어린 영화다. 60년대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자건 공산주의자건 사회주의자건 상관없이 원대한 미래의 이상향을 꿈꾸며 살았다. 여성감독 수산나 니키아렐리는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를 향해 날아가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소녀가 성인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아련하게 스케치한다. 새로운 이탈리아 여성 감독의 소박하고 반가운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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