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바타> 현존하는 것에서 탄생했도다
2009-12-29
글 : 김도훈
프로덕션 디자인으로서의 <아바타>

<아바타>의 크리처 디자이너 웨인 발로는 증언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을 만들면서 이미 <아바타>의 세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심지어 카메론은 판도라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모양과 속성도 이미 기본적인 컨셉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지상 생물은 여섯개의 다리로 달리고, 공중 생물은 네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그들은 물고기 아가미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숨구멍을 통해 숨을 쉰다. 또한 각각의 생명체들은 판도라라는 행성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나비족은 일종의 말이나 비행 생물을 탈 때 그들의 머리카락 끝에 달려 있는 촉수와 생물들의 촉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교감한다. 주요 스탭들의 말을 통해 판도라의 중요한 세 가지 프로덕션디자인 요소들을 살펴보자.

자동차 디자인과 판도라 생명체들

제임스 카메론은 “끝내주게 매끄럽고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디자이너들에게 요구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현존하는 경주용 자동차들의 디자인에 기반해 생물들을 만들어냈다.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한 바 있는 크리처 디자이너 네빌 페이지는 말한다. “어차피 자동차 역시 실제 동물들을 흉내내서 디자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동차를 기반으로 디자인한 생물들을 어떻게 유기체적으로 완성하느냐는 것이었다. 디자이너들은 바닷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특히 이크란과 (더 거대한) 토루코 막토로 구분되는 비행 생물들은 현존하는 고래종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 또한 판도라의 생물들은 쇄골 근처의 아가미 같은 기관을 통해 호흡한다. 자동차의 배기관과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이 기관을 통해 호흡함으로써 판도라의 생물들은 지구 생명체보다 더욱 빠르고 자유롭게 호흡하며 달리거나 날 수 있다.

현란한 색채로 무장한 생물들

카메론은 판도라의 생물들이 화려한 색채를 가지길 원했다. 디자이너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를테면 독개구리, 나비류, 조류)의 색채와 아르누보 패턴들을 조합해서 생물들의 색채를 결정했다. 첫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때 판도라 생물들의 색채는 일종의 조롱거리였다. 네빌 페이지는 변론한다. “사람들의 블로그를 읽다보면 생물들의 색깔이 지나치게 컬러풀해서 가짜처럼 보인다고 투덜거리더라. 하지만 그런 색채는 오늘날의 생물들에게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밤에 빛을 발하는 판도라의 생물들 역시 해저의 생명체들에게서 기인한 거다.”

밀리터리 마니아 제임스 카메론의 병기들

<아바타>의 병기들은 대부분 현존하는 기술에 기반해서 디자인됐다. 컨셉 디자이너 제임스 클라인은 “비록 미래가 무대지만 기술적으로 앞뒤가 맞아야만 했다. 그래서 NASA와 DARPA(미국방부중앙연구개발부서)의 문서들을 엄청나게 조사했다”고 설명한다. <아바타>의 AMP슈트(인간이 탑승하는 로봇)는 인간이 호빗족으로 보일 만큼 덩치가 거대한 나비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다. 물론 팬들이라면 이 슈트가 <에이리언2>와 <매트릭스3 레볼루션>에서 이미 본 게 아니냐며 불평할지도 모른다. 클라인은 말한다. “사람들은 카메론이 이전에 했던 걸 또 반복한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카메론이 자신이 잘 알고, 사랑하는 세계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의 바닷속 세상에 대한 매혹이 <어비스>를 낳았고, 밀리터리에 대한 관심이 <에이리언2>와 <아바타>를 낳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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