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가는 이맘때쯤 올해의 영화감독에 선정된 감독들은 종종 해외에 머물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좋은 영화로 <씨네21>이 선정했고, 외국에서도 그 영화를 놓칠 리 없으니 국내 개봉에 이어 해외에서의 러브콜 행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봉준호 감독은 해외 배급 프로모션 일정을 따라, 파리, LA를 거친 다음 샌프란시스코의 그 밤에 선정 소식을 들었다.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려다가 문자를 보았다며 전화가 왔다.
“올해의 감독은 <괴물> 때 한번 했는데, 올해의 영화 1위를 한 건 처음이다. 살다보니 별일 다 있네. (웃음) 홍상수, 박찬욱 감독님 영화가 있어서 큰 기대 안 했다. 만든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멀리할수록 좋은, 보면 마음이 어두워지고 심란한 영화인데….” 아니다, 그 심란함의 정서가 바로 <마더>를 올해의 영화에, 봉준호 감독을 올해의 영화감독에 올려놓은 1등공신 아니던가. 어느 평자는 주저없이 극찬한다. “봉준호는 이제 더이상 ‘사회학과 출신’ 감독이 아니라 문명이 축조한 시대상과 혈연적 관계에서 주어진 욕망을 아우르는 거장 감독으로 도약했다.”(이창우)
<마더>의 해외 개봉 일정은 줄줄이 남아 있다. “일본이 10월 말에 했다. 개봉 규모에 비해서는 잘됐다. 일본의 친한 감독들에게서도 전화를 많이 받았고. 프랑스는 내년 1월 중에 한다. <괴물> 했던 곳보다 좀 작지만 <밀양> 배급했던 곳이다(배급사 디아파나). 미국 개봉은 3월이다. 2월 말에 뉴욕 포함해서 동부쪽 도시의 프로모션을 한번 더 가야 한다. 여름에는 독일, 영국이 예정돼 있고.” 해외의 관객은 <마더>를 기다리겠지만 우리는 벌써 ‘봉준호의 <설국열차>’를 기다린다. 그 열차는 언제 오는 것일까. “<설국열차>는 지금 비행기에서도 오가며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2010년에는 촬영 들어가기가 좀 어려울 것 같고, 2011년은 돼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개봉은 슬그머니 2012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저희가 상품은 없지만…”라고 말하려는데, “저희가 상품은…”까지만 듣고 뭔가 주는 줄 알았다며 농담투로(?) 실망한 듯한 목소리를 표하던 봉준호 감독이, 잊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아, 그래도, 상품은 기념품 볼펜으로, 하나 보내주세요. (웃음)” 황금 볼펜을 보내주어야 할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