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촬영감독/ <마더>의 홍경표
상찬(賞讚)은 차고 넘쳤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빛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는 드물 것”(김영진), “기울어가는 늦가을, 미쳐가는 인물들, 풍경과 인물의 퇴색을 잘 다룬다”(김소영)에서 더 나아가 “‘등 돌린 채 서 있는,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잡아내는’ 것만으로” 클로즈업 이상의 감정을 전달한다”(송경원), “<마더>가 먼 미래에도 한국영화사에서 살아남는다면 아마도 벌판 위에서 펼쳐진 김혜자의 춤사위를 담아낸, 그 카메라워크 때문일 것이다”(김지미)는 평이 뒤따랐다. “리얼리즘의 이야기에 악몽의 분위기를 불어넣은 장인의 솜씨”(허문영)라는 지적은 특히 홍경표 촬영감독을 더이상 테크니션으로만 규정하는 것이 분명한 오류임을 말해준다. 정작 본인은 “여태까지 내가 촬영을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마더>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어른스러운 영화라서 시나리오를 받고서 곧바로 마음을 정했다”는 홍경표 촬영감독은 <여배우들> 촬영을 끝낸 뒤 내년 초부터 장준환 감독의 옴니버스 프로젝트 <러브 포 세일>(가제)에 합류할 예정이다.
올해의 시나리오/ <마더>
독특한 소재를 건져올릴 수 있는 날카로운 눈과 장르의 규범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손맛만으론 부족하다. 진짜 이야기꾼이 되려면 서사 안으로 쑥 파고들어가 전체 구조를 전복할 수 있을 대담성도 필요하다.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 이해준 감독의 <김씨표류기>의 손을 들어준 응답자들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올해의 시나리오’로 뽑힌 데는 그런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범죄스릴러의 관습을 따르면서 장르와 서사의 규범에서 탈주하는 그로테스크를 구현한 시나리오”(장병원), “장르를 맥거핀으로 다룬 섬세한 재능”(김영진), “정교하고 치밀하면서도 넓고, 아름다우면서도 지독히 스산한 구조와 시선의 서사”(남다은), “3차 함수를 풀어가는 이야기꾼”(허문영) 등의 찬사 또한 봉준호 감독이 장르를 해부한 뒤 그 안에 새로운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용기까지 갖췄음을 의미할 것이다. 대담한 그의 메스가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헤집을지, 또 관객을 어떻게 마취시킬지 궁금하다.
올해의 제작자/ <워낭소리>의 고영재 프로듀서
“아이고, 참.” 고영재 프로듀서는 한참 말을 더듬었다. 그럴 만도 하다. 매년 ‘올해의 제작자’ 타이틀은 대형 홈런을 친 상업영화 제작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2009년에는 설문 응답자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이 ‘독립영화’ 프로듀서 고영재를 첫손에 꼽았다. ‘독립영화’ 안에서도 마이너 장르인 다큐멘터리로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었다는 상징적 이유만은 아니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워낭소리>의 전국관객 수는 292만9713명. 불과 20개 스크린에서 일군 대기록이다. “상업영화쪽에서 제안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재미없는 것은 못하는 체질이다.” 안정적인 시스템에 안주하기보다 역동적인 도전을 기꺼이 택하겠다는 그는 내년에는 경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레드 마리아>, 김광호 감독의 <나비집>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동시에 자체 제작하는 극영화의 프리 프로덕션도 진행한다. 독립영화 디지털 배급 기지인 인디플러그를 안착시키고, 일본 영화인들과의 독립영화 쇼케이스도 준비해야 한다. ‘느림보’라는 제작사 이름을 이번 기회에 ‘메두사’로 바꾸는 게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