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이처럼 그렇게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늘 다치지 않도록 방어해왔고, 상대방에게 깊이 빠지지 않도록 거리를 두었다. 사실 세경이가 지훈을 좋아하는 감정은 남들이 보기에 별거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처음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세경이가 더 어려워하고,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우는 것도 그래서다. 얼마 전 지훈과 정음의 포옹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더 그랬을 것이다. 어차피 밝혀지는 사실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지만 충격적인 것은 분명하다. 순간 세경이는 지훈이가 가질 수 없는 상대임을 깨달은 것 같다. 차라리 나라면 다정한 준혁 학생을 선택했을 텐데…. 사랑 관계가 꼬이고, 이런저런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가끔 세경의 처지를 잊을 때가 있다. 시청자가 ‘왜 쟤는 항상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 너무 답답해’라는 반응을 보일 때가 그렇다. 그럴 때마다 속상하다. 물론 시트콤을 보면서 웃음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경이는 불쌍한 아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 캐릭터를 옹호하고, 대변하고, 감싸주고 있다. 내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의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침착함을 잃지 않은 세경이가 대견하다. 이는 내가 가지지 못한 점이다. 감정의 기복과 변덕이 심해서 늘 불안해하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신경쓰고 또 신경쓴다.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대본이 하루 전에 나오는 시트콤은 항상 힘들다. 특히 대사만 읽어보고 슛 들어가는 게 너무 불안하다. 그때는 오케이 사인을 받아도 ‘내가 정말 잘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스튜디오에서 제일 편안한 부엌에 가서 대본을 읽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세경의 엔딩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글쎄… 나도 아직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세경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게 낫지 않을까. 세경에게 지훈은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