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쇼후쿠테이 쓰루베] 상대의 영역 인정하니 ‘평생 현역’ 되더라
2010-05-06
글 : 강병진
사진 : 이혜정
주연배우 쇼후쿠테이 쓰루베 인터뷰

쇼후쿠테이 쓰루베는 일본에서 ‘일본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남자’로 통한다. 30년에 걸친 엔터테이너로서의 생활이 가져온 명칭이다. 지금도 그는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건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전국 방방곡곡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라쿠고’라는 일본 전통공연의 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온 경험이 있냐고 묻자, 그는 과거 아내와 함께 <겨울연가> 투어를 왔었다고 말했다. “춘천에 갔었는데, 마침 그때 한국의 한 아침 프로그램에서 관광객을 취재하면서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더라. 관광객으로서 성실히 답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역시 그는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남자다.

-<우리 의사선생님>의 시나리오를 읽어본 느낌은 어땠나.
=사실 내가 평소 대본을 안 보는 편이다. 솔직히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하겠다고 했다. (웃음) 대본을 읽기 전에 감독의 전작인 <유레루>와 <산딸기>를 보았다. 그때부터 감독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는 감독이 나에게 편지를 써서 주더라. 이노의 심리와 감정에 대한 긴 설명이었다. 대본보다도 그 편지를 자주 읽으며 따라갔다.

-이노란 남자를 어떻게 생각했나. 동질감을 느낀 부분이 있었나.
=나는 지금 면허가 필요없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프로인가, 프로가 아닌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남이 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면허를 가져야만 하는 일이다. 이노로서는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늘 자신감을 가지려 노력하는 나와 닮았다.

-당신은 30년이 넘도록 한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이다. 당신도 이노처럼 당신의 능력을 의심할 때가 있나.
=무대에 오르는 순간마다 의심한다. 그때는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과 같다. ‘라쿠고’는 약 2시간 동안 혼자 이야기를 하는 공연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관객이라는 공기 속에 착지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진짜 프로와 가짜의 차이는 무엇보다 예기치 않은 사고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로 나뉠 수 있다. 짜여진 대로 잘하는 건 당연한 거다. 큰 사고가 생겼을 때 관객이 기분좋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는 언제나 그런 대처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아마 이노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 의사선생님>은 이노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쇼후쿠테이 쓰루베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담긴 영화로 보이기도 한다. 만약 당신에 대한 평전을 쓴다면 도입부로 걸맞을 영화가 아닐까.
=그렇게 봤다면 감사하다. 나는 전문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력보다도 다른 걸로 승부를 하는 편이다. (웃음)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건 어느 현장에서나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찍을 때도 마을 사람들과 상당히 친하게 지냈다. 그들의 집에서 밥도 먹고 심지어 목욕도 했다. (웃음) 마을의 어느 도시락집에서 밥도 많이 팔아줬다. 틈만 나면 죽어라 사인을 해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생상담도 했다. 2천장 정도 사인을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마을 사람들도 나를 스타가 아니라 ‘이노’ 그 자체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극중에서 한 환자에게 에이타와 나 둘 중에 누가 좋으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질문을 받은 마을 사람은 “당연히 젊은 사람이 좋다”고 말한다. 그건 순전히 애드리브였다. 나는 평소대로 했고,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이노에게 답했을 것이다.

-<화려한 일족>이나 <유리파편> 같은 드라마에서는 비열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런 때에도 즐겁게 지내는 편인가.
=당연하다. 현장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유리파편>은 정말 끝까지 비열한 캐릭터여서 아내가 애들에게 못 보게 했을 정도다. 그런 캐릭터를 맡았다고 해도 현장은 즐거워야 한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우리 의사선생님>의 미술감독과 메이크업 스탭이다. 감독과 내가 한국에 간다고 하자, 자비를 들여서 따라왔다. 그만큼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즐거웠기 때문일 거다. (웃음)

-당신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자식뻘인 아이돌 스타들과도 친구처럼 지내더라. 주로 함께 술먹었던 기억을 자주 이야기하는 점이 재밌었고, 신기했다.
=그런 만남을 즐기는 편이다. 내가 하는 일은 오래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위대해지곤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내가 어디 가서 그런 걸 요구해봐야 잘될 게 없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즐기는 부분과 남이 나에게 뭔가를 시키면서 즐기는 부분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상대방의 영역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없다.

-지금도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혹시 그런 와중에도 세워놓은 또 다른 계획이 있나.
=어제 니시카와 미와 감독에게 한국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왠지 한국 사람들과 잘 맞을 것 같다. 내 주변에 한국 친구들도 상당히 많다. 그냥 알게 됐는데, 알고 보면 한국 사람이고 재일한국인이더라. 또 그들이 나를 많이 좋아한다. 단, 내가 일본어밖에 못한다는 건 큰 걸림돌이겠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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