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 <아들의 연인>
2010-10-08

<아들의 연인> Memories in March
산조이 낙/ 인도/ 2010년/ 104분/ 뉴 커런츠

교통사고로 졸지에 아들을 잃은 엄마는 장례식을 치루고 그의 아파트에 머물며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사고가 났던 곳에도 가보고 아들이 다니던 광고회사도 찾아가면서 엄마는 진정한 이별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첫날부터 자신을 돌봐주던 아들의 회사 동료 샤하나와 아들이 연인관계였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있던 엄마는 그녀로부터 뜻밖의 진실을 듣게 된다. 아들의 연인은 상사 아르놉이었던 것이다. 엄마는 10살이나 많고 직위도 높은 아르놉이 아들을 유혹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그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예상치 못한 연인에 대한 엄마의 편견이 정당하지는 않지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짐작한대로 이 영화는 엄마와 아들의 게이연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뻔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차별을 준 건 아들과 아르놉이 공유한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이다. 아르놉은 유품 중에 유일하게 엄마 사진을 갖겠다고 고집하고 엄마를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아르놉은 사진 속 엄마는 우리들의 엄마로 “당신과 비슷하지만 당신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들과 아르놉에게 엄마는 늘 따뜻하고 관대한 사람이었고 훗날 함께 모여 행복한 삶을 일궈야할 가장 아끼는 존재였던 것이다. 엄마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하지는 못했지만, 아들은 엄마가 올 날을 기다리며 엄마가 좋아하는 피클을 늘 담가 두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 연인을 잃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과정을 차분하고 신중하게 그린 영화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두 사람만의 관계를 회복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사랑한 사람을 보내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 말할 수 있다.

글 이현경/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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