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불어라 칼바람, 외화의 공습이다 [3]
2010-10-21
글 : 김용언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글 : 장영엽 (편집장)
글 : 이주현
가을·겨울 당신이 봐야 할 외화 리스트 20

5. 인기 음악만화 스크린 위로

<벡> BECK
감독 쓰쓰미 유키히코/출연 미즈시마 히로, 사토 다케루/개봉 2010년 11월

<트릭>(나카마 유키에, 아베 히로시 주연) 시리즈와 <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접한 일본 드라마 마니아라면 드라마 프로듀서 쓰쓰미 유키히코는 그 이름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다. 일본식 순애보의 결정판인 가타야마 교이치의 원작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우라사와 나오키의 메가 히트 만화 <20세기 소년>까지, 원작을 영상화하는 데에도 그 솜씨는 어디 가지 않는다.

그 쓰쓰미가 2010년, 누적 발행부수 1500만부에 달하는 만화 원작 <벡>(BECK)을 영화화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에 나오는 북산고 농구부나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에 나오는 재활용 밴드를 연상시킨다. 뉴욕에서 온 천재 기타리스트 미나미 류스케(미즈시마 히로)가 평범한 고교생 다나카 유키오(사토 다케루)를 만나 밴드 결성을 위해 의기투합하고 하나둘 조력자를 모아 5인조 록 밴드를 조직한다. 밴드의 존속을 위협하는 음모와 시련이 도사리지만 결론이 어떨지는 가히 짐작이 갈 것이다.

신인배우로만 라인업을 짠 <벡>은 레드 제플린과 오아시스의 사운드를 빌려 청각을 만족시키는 안전노선을 택했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야외 록 페스티벌은 영화가 내세우는 백미. 또 <벡>의 멤버 중 미래의 기무라 다쿠야, 야마다 다카유키의 싹수가 보일 차세대 꽃미남 스타를 점찍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글 이주현

6. 이런 똑똑한 곰돌이 보셨어요?

<요기 베어> Yogi Bear
감독 에릭 브레빅/목소리 출연 댄 애크로이드, 저스틴 팀버레이크/개봉 2011년 1월

곰돌이 ‘요기’를 아는가. 흔히 곰돌이 캐릭터로 월트 디즈니의 ‘곰돌이 푸’를 떠올리는 이가 다수일 텐데, 젤리스톤 공원에 사는 요기도 알고 보면 푸 못지않은 유명 인사다. <요기 베어>는 <톰과 제리> <개구쟁이 스머프>를 탄생시킨 카툰 듀오, 윌리엄 한나와 조셉 바버라가 1964년에 만든 애니메이션 <Hey There, It’s Yogi Bear>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요기 베어>는 원작의 큰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예산 부족으로 문 닫기 직전인 젤리스톤 공원.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곰돌이 요기와 그의 단짝 친구 부부는 보통 곰보다 더 똑똑한 곰이 돼 젤리스톤 공원을 구하려 한다. 그러나 스미스 경찰과 브라운 시장이 두팔 걷고 나선 요기와 부부의 의지를 꺾는다.

요기와 부부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의 이름에 우선 눈길이 머문다. 주인공 요기 목소리는 <블루스 브라더스>로 유명한 댄 애크로이드가 맡았는데, 애크로이드는 굵고 뭉툭한 목소리로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 요기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섹시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의외의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팀버레이크의 이름을 지운 채 부부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절대로 그의 이름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에릭 브레빅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3D로 제작됐다.
글 이주현

7. 지독하게 음험하고 아름다운 스펙터클

블랙 스완 Black Swan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출연 내털리 포트먼, 뱅상 카셀, 위노나 라이더, 밀라 쿠니스

발레는 잔혹한 예술이다. 아주 짧은 동작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발레리나들은 기나긴 시간 동안 스트레칭을 하며 자신의 근육을 원래의 그것보다 더 길게, 강인하게 훈련시켜야 한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 등근육이 하나하나 잘게 쪼개진 채 저마다 미세하게 떨리며 찰나의 동작을 뒷받침하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엄청난 육체노동, 지독한 신체적 고통을 감내하고서야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이 세계의 무시무시한 본질을 전달한 영화로는 마이클 파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의 <분홍신>(1948)이 유일했다. 그리고 60여년이 흘러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것도 자해, 마약, 나르시시즘, 무자비한 야심, 살인, 파괴적인 섹스와 함께. <블랙 스완>은 지독하게 음험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파고든다.

발레리나 니나(내털리 포트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이 이대로 흘러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힌 채 몰래 자해하고 사소한 절도를 저지르고 악몽을 꾼다. <백조의 호수> 공연을 앞두고, 발레단의 예술감독 토마스(뱅상 카셀)는 오랫동안 프리마돈나의 자리를 지켜왔던 발레리나 베스(위노나 라이더) 대신 니나를 새로운 백조/흑조로 캐스팅한다. 생애 첫 번째 주역, 니나는 스타덤의 압박 속에서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게다가 발레단에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하진 못하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관능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토마스는 은근히 니나와 릴리를 비교하며, 니나가 흑조를 연기할 만큼 열정적이거나 유혹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몰아붙인다. 니나는 이 세계의 모두가 자신을 해치고 음해한다는 감각에 시달리며 끔찍한 분열로 치닫는다.

<레슬러>에서 몸뚱이 하나만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사내들의 땀내를 그려낸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레슬링과 발레라는 상극의 세계가 보여주는 기이한 신체적 유사성을 지적한 바 있다. “나는 실제로, 예전에 레슬러와 발레리나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를 구상한 적이 있다. <레슬러>와 <블랙 스완>은 어떤 면에서 두개로 쪼개진 하나의 이야기다.” 그는 <블랙 스완>을 통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스펙터클, ‘발레-스릴러’를 창조해낸다. 공포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세계, <레퀴엠>과 다리오 아르젠토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저나 왜 제목이 <블랙 스완>이냐고? 발레 <백조의 호수>를 본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백조보단 역시 흑조다.
글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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