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넌 탄생 70주년, 사망 30주기 되는 올해, 존 레넌과 비틀스를 기념하기 위한 음반·도서 발매와 추모 공연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비틀스가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그룹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컬렉션 음반과 책이 나올 때마다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달을 허리띠 졸라매고 살지언정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새 책과 도서들이 올해 우수수 쏟아져나왔다.
우선 존 레넌 <<Signature>> 박스 세트가 지난 10월 발매됐다. 음악의 질적 수준은 높이고, 음악의 정수는 그대로 살렸다. <<Signature>> 박스 세트는 존 레넌이 생전에 내놓은 8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미수록곡, 미발표 음원을 수록한 보너스 디스크를 포함한 총 11장의 CD로 구성됐다. 팬들을 만족시키는 건 의외로 리미티드 존 레넌 아트 프린트와 오노 요코, 숀 레넌, 줄리안 레넌이 쓴 에세이가 실린 65페이지의 두툼한 소책자다. 4가지 테마별로 총 72곡을 4CD에 담은 <<Gimme Some Truth>> 박스 세트도 비틀마니아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Gimme Some Truth>> 박스 세트엔 미국의 음악평론가 앤서니 드커티스의 에세이 및 존 레넌의 희귀 사진이 수록된 소책자가 들어 있다. 또 CD, CD+DVD 두 가지 버전의 존 레넌 베스트 히트곡 컴필레이션 <<Power To The People>>도 발매됐다. 영국 EMI 애비 로드 스튜디오 엔지니어팀이 참여해 디지털 리마스터링의 수준도 한층 높였다. 이번 컬렉션은 살아 있었다면 70번째 생일(10월9일)을 맞았을 존 레넌을 위해 오노 요코가 기획했다.
비틀스의 <<레드1962-1966>>와 <<블루 1967-1970>> 리마스터 앨범도 10월 발매됐다. 2009년 9월, 비틀스의 전 타이틀이 디지털 리마스터 앨범으로 발매된 데 이은 두 번째 리마스터 앨범 출시다. 1973년 공개된 <<레드>>와 <<블루>> 앨범은 비틀스 해체 뒤 조지 해리슨이 직접 베스트 음반을 선곡해 만든 컴필레이션으로, 비틀스의 싱글과 앨범을 모두 망라한 선곡이 돋보이는 2장짜리 앨범이다.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와 미국의 음악 칼럼니스트 빌 플라내건이 새로 쓴 라이너 노트와 비틀스 미공개 사진 등이 추가된 소책자도 함께 들었다. 비틀스의 빈약한 소책자에 불만이었던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비틀스의 노래를 드디어 애플 아이튠스를 통해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애플과 비틀스쪽은 오랜 상표권 분쟁을 끝내고 11월16일부터 아이튠스를 통해 비틀스 곡을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방대한 양과 충실한 내용을 자랑하는 비틀스 관련 서적도 출간된다. 12월5일 출간 예정인 <비틀스 앤솔로지>(비틀스 지음. 오픈하우스 펴냄)는 비틀스 멤버들의 육성으로 비틀스의 모든 것을 담았다. 비틀스 생존 멤버들과 관계자가 비틀스 활동 당시를 충실히 회고했으며, 먼저 세상을 뜬 존 레넌의 이야기는 기존 인터뷰 자료를 엮어 완성했다. 1300여장의 사진이 함께 실린 하드커버 대형 판형이라 소장 가치도 뛰어나다.
존 레넌의 전기 <존 레넌-In His Life>(존 블래니 지음. 오픈하우스 펴냄)는 지난 10월 번역·출간됐다. 음악가이자 행동가로서의 삶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책으로, 서문은 오노 요코가 썼다. “그의 인생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며, 또 여러모로 마법과 같았습니다. 존이 말했지요.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할 때 스쳐가는 순간들이 바로 당신의 인생이다.’”(책 서문 중에서) 한국에선 2천부로 한정 제작됐다.
11월30일에는 존 레넌 추모 콘서트가 열린다. ‘위대한 뮤지션, 존 레넌을 노래하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추모 콘서트는 국내 대표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인 ‘멘틀즈’와 <존 레넌 비긴즈: 노웨어 보이> 홍보대사인 인디 밴드 ‘멜랑콜리 스튜디오’가 부르는 비틀스 노래들로 꾸며진다. 30일 오후 6시30분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12층 제이드홀에서 CBS 신지혜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