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영화를 선택했나.
=감독이 내 친구다. <오션스 트웰브>부터 여러 작품을 같이 했고 <컨트롤러> 집필 과정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작품들을 같이 할 때 많은 시간 동안 호텔에서 토론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보니 감독이 되더라도 중압감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용 면에서는 현대적인 러브스토리라 마음에 들었다. 특히 독특한 표현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컨트롤러>의 테마처럼 운명을 믿는가 아니면 자신이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나.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아무도 확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인생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살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잠깐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할 때가 있지 않나.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 노래 중에 “해답을 주지 않은 기도에 감사한다”(Thank God for unanswered prayers)는 가사가 떠오른다. 과거에 꼭 하고 싶은 역할이었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도 많다. 만일 그 역할들을 하게 됐다면 오늘날 내가 있었겠나? 다른 길로 나를 인도했을지 모르지. 이걸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극중 캐릭터가 정치가다. 정치에 관심이 있나.
=관심없다. 정치가의 역할을 대단하게 생각하지만 나한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이 영화를 위해 빌 클린턴의 정치 컨설팅을 담당한 분을 만났는데,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더라. 왜냐고 물으니 이제는 뉘앙스있는 스피치가 필요없는 세상이고, 거짓말을 하더라도 그 당시에만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란다. 개인적으로 인권운동에는 관심이 많다. 내가 추진하고 있는 Water.org도 요즘 홍보 중이다.
-맡은 역할에 특히 만족한 경우가 있나.
=수천개의 시나리오를 봤다. 그리고 나도 집필을 해봤고. 하지만 정말 출연을 결정하는 이유는 ‘느낌’이다. 나를 움직이는 작품이면 뭐든지 한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적합한 배우가 그 역할을 맡게 된다고 생각한다. 원한다고 늘 가질 수는 없으니까. 구스 반 산트가 전에 <밀크>에서 조시 브롤린이 맡은 역할을 제안했다. 당연히 하겠다고 했고 구스가 리서치 자료도 다 보내줬다. 그런데 자금문제 때문에 촬영이 3개월 뒤로 미뤄졌다. 그렇게 되면 <그린 존> 촬영 기간과 겹치게 되어서 어쩔수 없이 포기를 했다. 너무 속상했다. 그런데 완성된 <밀크>를 보니 조시가 너무 잘하는 거다. <파이터>도 그렇다.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연출을 하려고 했다가 나도 대런도 둘 다 그만뒀다. 근데 내가 하기로 했던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를 보라. 결국 가장 적합한 배우가 역할을 맡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