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세명의 아역이 한국과 할리우드 미디어를 뒤흔들었다. <여행자>와 <아저씨>의 김새론과 <해운대>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김유정, 그리고 <킥애스: 영웅의 탄생>과 <렛미인>의 크로 모레츠다. 생각해보면 천재적인 아역배우들이 미디어를 뒤흔든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의 아역배우들에게는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
크로 모레츠는 <레옹>으로 아역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찬사를 들었으나 성적인 대상이 되는 걸 견디지 못했던 내털리 포트먼의 경우와도 조금 다르다. 모레츠는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역할을 스스로 즐기며 연기했고, 그것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디딤돌이라는 걸 어린 나이에도 잘 이해하고 있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제 연기의 벽에 새로운 벽돌을 하나씩 쌓고 있어요. 벽돌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연기도 점점 늘겠죠.” 김새론과 김유정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를 지닌 성격배우로서 성인배우와 동등하게 평가받기 시작한 지금 아역의 대표 주자다.
대체 이 아이들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사실 과거를 잘 살펴보자면 이들은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아이들이다. 크로 모레츠는 유아 시절부터 아역으로 훈련받았고, 김유정은 오랫동안 아역배우계의 스타였다. <친절한 금자씨> <불신지옥> <추격자> 등 출연작 수도 상당하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천부적”이라고 말한다. “성인배우 뺨치게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 연기도 능숙하게 해낸다. 어린 나이지만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연기관도 있다. 그렇게 천부적인 친구들은 성인배우로 훌륭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미리 보인다.” 김새론 역시 아마추어 출신이 아니다. 그녀는 이미 2001년부터 잡지나 CF 모델로 활약해왔다. <아저씨> 이전 김새론이 소속되어 있던 아역 에이전시 관계자는 “아이 때부터 데뷔한 뒤 여러 광고를 통해 이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주목도 받았던 배우”라고 말한다. “성장기를 거치면서 일이 조금 떨어지는 시점을 슬기롭게 잘 넘긴 예다. 특히 부모님들이 아이를 위해 좋은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