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어느 날 갑자기는 옛말, 이제는 길러지는 시대
2011-03-31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아역배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트레이닝 현장 습격

축구 잡지는 아니지만 축구 얘기 잠깐 하자.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정책에 의해 길러진 ‘바르샤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는 축구 잡지 <포포투>와 가진 인터뷰에서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기본기’를 필수조건으로 들었다.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길거리 캐스팅’, ‘어릴 때부터 끼가 있었다’와 같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지금은 아역배우가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육성되고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씨네21>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아역배우 매니지먼트사 ‘별사탕’을 찾아 아역배우의 트레이닝 과정을 사진에 담았다.

1

1. 연기 수업은 자기소개, 발성, 포즈, 대사연습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대사연습은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 속 아역 출연자의 대사 5∼6줄을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수업한 내용을 3주마다 발표하는 수업을 가진다. 학부모 김소영씨는 “아역배우의 상당수가 한글을 못 읽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역배우가 대사를 할 수 있는 건 현장에 항상 엄마나 아빠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옆에서 대사를 읽어주고 표정을 지으면 아이가 그걸 따라하는 식으로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2

2.“왜 선생님을 따라 안 해요?”(선생님) “… 연습을 못했어요.”(아이) “선생님이 집에 가서 연습하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선생님) “했어요.”(아이) “다음 시간에는 꼭 연습해와야 돼요. 자, 약속. 하이파이브!” (선생님) 유치원에서 흔히 볼 법한 풍경인데, 연기 수업이라고 해서 별다를 바 없다. 곽지혜 선생님은 “아직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연기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3

3. 트레이닝 과정은 경력에 따라 크게 입문반과 중급반으로 나뉜다. 두반의 커리큘럼은 모두 ‘율동’과 ‘연기’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씨네21>이 취재한 입문반의 경우, 대다수가 4∼5살 아이들이다. 총 6개월 과정이고 수업을 받은 지 3개월이 지나면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다. 이때부터 드라마나 영화, CF 등 오디션에 참가 가능하다.

율동 수업은 주로 아이돌 가수의 안무를 변형한 춤을 가르친다. 율동을 가르치는 곽지혜 선생님은 “(아이돌 가수의 안무를) 그대로 가르치면 절대 못 따라한다”면서 “어린 나이를 감안해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는 율동으로 변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급반으로 올라가면 아이들은 조금씩 난이도가 높은 춤을 배우게 된다고.

4

4. 아이들이 트레이닝을 받는 동안 학부모들은 매니지먼트사 안에 마련된 작은 쉼터에서 담소를 즐기며 아이들을 기다린다. 이시후 어린이의 어머니 김소영씨는 “아무래도 (아이의) 목표는 아역배우겠죠. 물론 본인이 하겠다고 해야겠지만…”이라면서 “잘되면 좋겠지만 안되더라도 괜찮아요.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쌓은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서진 어린이의 어머니 신영미씨는 “트레이닝을 받은 뒤부터 집에서 아이가 TV나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연기를 곧잘 따라한다”면서 “예전에는 낯선 어른이 인사를 하면 뒤로 숨던 아이가 이제는 쑥스럽더라도 인사를 잘한다”고 전했다.

5

5.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스케줄에 따라 일주일에 한번 운영된다. 입문반은 비교적 한적한 시간대인 평일 수·목요일에 이루어지고 중급반은 주로 주말에 운영된다. 입문반의 아이들은 오전에 유치원을 다니고 오후에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이예원 어린이의 어머니 박은경씨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집에 오면 아이도, 나도 녹초가 된다. 잠이 저절로 온다(웃음)”면서 “수업이 없는 날은 아이와 함께 선생님이 웹에 올려놓은 춤 동영상을 보고 연습한다”고 설명했다.

6

6. 낯선 아저씨(취재기자, 사진기자)가 연습실에 온 게 무서워서일까. 민아는 “엄마가 수업시간에 들어와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잠깐 틈을 타서 엄마가 수업에서 나가자 민아는 갑자기 눈물을 터트린다. 박혜영 선생님은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그런 것”이라면서 “아역배우들은 단순히 ‘이건 이렇게 해, 저건 저렇게 해’라고 말하면 안된다. 계속 대화하면서 이해시켜야 아이들이 잘 따라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