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이준] 진심, 신비주의보다 값진
2011-04-04
글 : 김용언
사진 : 오계옥
<노미오와 줄리엣> 이준

<씨네21> 표지 촬영 직전, 엠블랙의 이준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일본 지진 기금 마련 생방송을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온 그는 예전 <닌자 어쌔신>과 관련해 <씨네21>과 인터뷰할 때에도 신종플루에 걸려 고생했다더니, 이번에도 다소 핼쑥한 얼굴로 밭은 기침을 했다. 그러나 <노미오와 줄리엣> 목소리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얼굴이 밝아지니 기침도 잦아들었다. 신기했다. “목소리만으로 연기해야 하니까, 내 연기에 따라 재미있고 없고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준비하는 동안에도 “지방 출장 다녀오듯 해외를 일주일에 두세번씩 왔다갔다 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혼자 중얼중얼 읽었다. 엄청 웃기면서도 과장된 연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관계자마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여러 톤을 성실하게 준비했다. 녹음 당일엔 사실적인 톤을 요구하는 연출자 앞에서 “그림상으론 귀엽지만 카리스마있는 친구”인 노미오를 “저음으로 툭툭, 남자답게 치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노래와 연기, 예능까지 잘해야 하는 아이돌 스타로서의 고단함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래도 잘 부르고 웃겨야 하고 연기도 잘해야 하고, 심지어 운동도 잘해야 하고 머리도 좋아야 한다. 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웃음)” 안타까운 건 스케줄이 한번 뒤엉키고 나면 원래 A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B까지 연습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 너무 잦다는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어차피 몇년 전에 유행하던 스타들의 ‘신비주의’가 통하지 않는 시기이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건 순식간에 잊히는 지름길인 것 같다. (웃음)” 그는 뭐가 됐든 도전하고 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유난히 진지한 열정을 보이는 이 청년은 앞으로의 각오가 더 단단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그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에 한창 목말라 있다. “점점 나아지고 감정이 풍부해지는 게 당연한데, 이러다간 하면 할수록 못할 수도 있다는 게 두려워진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핑계일 수 있다. 그래도 연기할 때 시간이 더 많았으면 하는 게 절실한 바람이다.” 앞으로 <맨발의 기봉이>처럼 천진난만하고 영혼이 순수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더니, 금세 손을 휘휘 내젓는다. “아니, 여러 가지를 다 해보고 싶다. 못해본 게 너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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