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칸 영화제] '나치 발언’ 파문, 라스 폰 트리에
2011-05-20
글 : 이화정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칸 영화제 공식행사 입장을 전면 금지 당했다. 칸 영화제 사무국 측이 ‘나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 대해 극단의 조취를 취하고 나섰다. 결정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그는 수상을 할 경우라도, 폐막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게 된다.

사건의 발단은 18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상영작인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일어났다. 독일계 혈통에 관한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폰 트리에 감독은 “나는 정말 유대인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내가 진짜 나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 가족은 독일인이었는데 이것이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히틀러를 이해한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그를 많이 이해한다. 조금은 그에게 공감도 한다"고도 했다. 덧붙여 그는 "그렇다고 2차 대전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유대인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사태를 수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유대인을 조금은 싫어한다. 이스라엘은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라는 위험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또 히틀러를 위해 일한 건축가 알버트 스피어를 좋아한다면서 “좋다. 나는 나치다. 예술의 측면에서라면 나는 스피어를 지지한다. 그는 신이 나은 최고의 인간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나치에 대한 그의 견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블록버스터를 만들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있다. 우리 나치들은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며 화제를 이어 나갔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멜랑콜리아>의 주연배우 키어스틴 던스트는 폰 트리에 감독의 발언에 당황하여 뒤로 몸을 빼며 “맙소사, 끔찍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내가 술렁이자 그는 “이 말을 하고 내가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가지?”라는 농담까지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후, 폰 트리에 감독은 주요 일간지 일면에 기사화 됐다.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자 칸 영화제 사무국측은 폰 트리에 감독에게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폰 트리에 감독은 대변인을 통해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는 반(反)유대주의자도 나치도 아니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 성명을 냈다. 영화제 곳곳에서 폰 트리에 감독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한 감독은 무대 인사 중, “자칫 말실수 할까봐 이야기 하기가 힘드네요.”라고 하자,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 “괜찮다. 나중에 사과하면 끝인걸.”이라고 말해, 폰 트리에 감독의 행동에 대한 비난을 전했다.

한편 폰 트리에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프랑스 문화잡지 <인록>의 자키 골드버그는 “폰 트리에의 유태인에 대한 발언은 물론 스캔들이 될 만한 일”이다”라고 하면서도 “그런데 마이웬(올 경쟁작 상영작 <폴리스>의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무슬림은 나쁜 무슬림도 있고 좋은 무슬림도 있다’라고 말했을 때는 박수를 받았다"고 했으며 프랑스 문화잡지 <텔레라마>지의 오렐리앙 페렌지 역시 “과거, 유고내전 중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세르비아 내전을 옹호를 했을 때나, 체첸사태에 대해 러시아 감독 니키타 미하일코프가 친푸친 성향을 드러냈을 때 조차 관대했던 칸느가, 폰 트리에의 ‘조크’에는 유독 흥분한다.”고 지적한다.

폰 트리에 감독은 2000년 <어둠 속의 댄서>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2009년 <안티크라이스트> 이후 2년 만에 다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