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회 칸 영화제 최고 영예상인 황금종려상은 테렌스 맬릭 감독의 <생명의 나무>에 돌아갔다. <생명의 나무>는 <황무지> <천국의 나날들> <씬 레드 라인>을 연출한 미국 감독 맬릭 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맬릭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영화는 1950년대 텍사스, 아들에게 엄격한 교육을 하는 아버지(브래드 피트)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게 된 아들(브래드 피트)의 뒤틀린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삶의 의미와 근원에 대해 질문한다. 초현실적인 비주얼과 철학적인 사색으로 공개 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 작품이다. 심사위원장 로버트 드니로는 수상 후 가진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생명의 나무>는 황금종려상에 가장 적합한 거대함과 풍부함, 중요함을 모두 갖춘 영화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1979년 <천국의 나날들>로 감독상을 수상한 맬릭 감독은 이번 영화제 공식 행사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은둔자’라는 수식을 입증이나 하듯 황금종려상 호명에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고, 프로듀서가 대리 수상을 했다. 이 영화의 프랑스 배급을 맡은 뤽 배송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시상식 전에 맬릭 감독과 통화를 했다. 그는 굉장히 겸손한 사람이고 영화자체로 말하고 싶어하지, 유명인사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라며 맬릭의 불참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심사위원대상은 터키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의 <옛날 아나톨리아에서>와 벨기에 감독 다르덴 형제 <자전거를 탄 소년>이 공동수상했다. 두 감독 모두 칸 영화제와는 인연이 깊다. 누리 빌게 세일란은 <우작>(2003)으로 심사위원 대상과 <쓰리 몽키즈>(2008)로 감독상 등을 수상했으며, 다르덴 형제는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두 차례 황금종려상 등을 수상한 전적이 있다. 감독상은 <드라이브>를 연출한 덴마크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에게 돌아갔다. 윈딩 레픈 감독은 2009년 <발할라 라이징>(2009)으로 주목받은 감독으로이번 작품에는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이 출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남녀주연상은 각각 프랑스 감독 미쉘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에 출연한 쟝 뒤쟈르망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에 출연한 커스틴 던스트에게 돌아갔다. 커스틴 던스트는 수상 소감으로 “정말 대단한 한 주 였다!”라고 말해, 영화제 기간 중 감독 폰 트리에 감독의 ‘나치 발언’으로 곤혹을 치뤘던 소감을 애둘러 밝혔다.
각본상은 <각주>의 각본과 연출을 한 이스라엘 감독 조셉 세다르가, 심사위원상은 프랑스 감독 마이웬의 <폴리스>가 수상했다.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은 비평가주간 초청작인 <아카시아>의 아르헨티나 감독 파블로 지오르겔리가 받았다.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은 우크라이나 감독 마리나 브로다의 <크로스>가, 단편 심사위원상은 벨기에 감독 와네스 데스툽 <수영복46 Swimsuit46>가 수상했다.
한편 한국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손태겸 감독의 <야간비행>이 시네파운데이션 3등 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경쟁작의 수준이 높은 반면, 수상작의 선택은 예상 가능했다는 게 중평이다. 작년 태국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탁쿤에게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침체된 영화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결과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전 편집장인 장 미셸 프루동은 “셀력션은 훌륭하지만, 수상결과는 가장 실망스러운 한 해”라며 비젼과 모험을 보여주지 못한 심사위원단에 대해 비판했다.
64회 칸 영화제 시상식은 5월22일 저녁 7시15분(현지시간) 칸 드비시 극장에서 열렸다. 지난 11일 우디 알렌 감독의 개막작 <미드 나잇 인 파리>로 개막한 칸영화제는 22일 오후 시상식에 이어 크리스토퍼 오노레 감독의 폐막작 <비 러브드> 상영을 끝으로 12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수상작 리스트
*황금종려상 테렌스 맬릭 <생명의 나무 The Tree of Life>
*심사위원대상 누리 빌게 세일란 <옛날 아나톨리아에서 Once Upon a Time in Anatolia> 다르덴 형제 <자전거를 탄 소년 The Kid with a Bike>
*감독상 니콜라스 윈딩 레픈 <드라이브 Drive>
*심사위원상 마이웬 <폴리스 Poliss>
*남우주연상 쟝 뒤쟈르뎅 <아티스트 The Artist>(연출 미쉘 아자나비시우스)
*여우주연상 커스틴 던스트 <멜랑콜리아 Melancholia>(연출 라스 폰 트리에)
*각본상 헤랏 슐레임 <각주 Footnote>(연출 조셉 세다르)
*단편 황금종려상 마리나 브로다 <크로스 Cross>
*단편 심사위원상 와네스 데스툽 <수영복46 Swimsuit46>
*황금카메라상 파블로 지오르겔리 <아카시아 Las Acacias>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 김기덕 <아리랑 Ari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