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오지호] 순정남의 뚝심
2011-08-08
글 : 주성철
사진 : 백종헌
<7광구>의 오지호

“<추노>를 했던 사람이 얌전하게 있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웃음)” <7광구>에서 오지호는 한 여자만 쫓아다니는 남자다. 영화 속 남자배우들 중 가장 몸이 좋지만 별다른 액션 연기가 없다. TV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장철수가 되어 보여준 ‘꼬라지’는 사라지고, 예능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보여준 파이팅과도 거리가 멀다. <7광구>의 유질분석가 ‘동수’를 연기한 그는 7광구에 석유가 있다고 확신하는 해준(하지원)이 본부의 일방적인 명령에 반발하고, 내내 캡틴(박정학)과 갈등할 때 늘 그 곁을 지킨다. 그렇게 해준의 마음이 어떤지 확인할 길 없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을 완전히 드러내놓고 다니는 ‘순정남’이다. 그런 그를 두고 하지원은 ‘동수바보’의 준말인 ‘동바’라 부르고 다녔다. 그러기에 액션스릴러영화를 택한 남자배우 입장에서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 캐릭터다. 이에 대해 그는 “<7광구>는 내 캐릭터 자체보다 영화에 대한 매력이 컸다. 그간 충무로에 없었던 대규모 예산의 3D영화에 참여한다는 뿌듯한 기분은 물론이고, 배우로서는 나보다 훨씬 베테랑인 하지원씨나 하늘 같은 안성기 대선배님과 함께한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동수 캐릭터에 큰 임팩트가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았지만,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영화였다.”

사실 그로서는 영화 속 파워를 하지원과 안성기 두 사람에게 모두 양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어떤 배우보다 몸도 좋고 액션 연기에도 자신이 있지만 그걸 참고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감추고 해준을 감싸면서 영화에 녹아든다. “<7광구> 같은 영화에서 ‘괴물과의 사투’라는 컨셉에 혹하지 않을 남자배우들이 한둘이 아닐 테지만, 영화를 위해서는 철저히 캡틴과 해준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쯤에서 괴물하고 한번 붙어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내가 왜 안 해봤겠나. (웃음) 하지만 그렇게 에너지를 죽이고 있는 것도 앞으로 연기를 해나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다. 게다가 그의 얘기를 빌리자면 해준은 ‘남자가 보기에 좋아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 여자’다. 그러기에 ‘이런 여자를 위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난 이 여자를 옛날부터 좋아해왔어’라고 마음먹고 연기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연기훈련이었다.

그럼에도 하지원과 안성기는 그의 놀라는 연기에 혀를 내두른다. 안성기는 “지금껏 내가 본 배우 중 가장 잘 놀라는 ‘놀라는 연기의 대가’가 바로 오지호”라며 웃는다. 하지원도 “정말 놀라는 연기만큼은 1등”이라며 거든다. “두 사람이 석유 시추를 하며 시꺼멓게 석유를 뒤집어쓰고 괴물과 사투를 벌일 때도 함께하지 못했다. 남들이 고생할 때 늘 조용히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놀라는 거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게 그의 얘기다. 몸 쓰는 연기를 하지 못한 ‘한’이 그 표정에 담겼다고나 할까.

어쨌건 그런 한과 갈증의 중심에는 대중에게 영화로 사랑받고 싶다는 애타는 마음이 있다. <신입사원> <환상의 커플> <칼잡이 오수정> <내조의 여왕> <추노> 등 TV드라마를 통해 각광받은 그의 존재에 비해 영화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는 한없이 약하다. “예전에 <조폭마누라3>를 찍으면서 제대로 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세상일이라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며 “굳이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해서 생각한다기보다, 연기자로서 그 어떤 모습과 장르로 출연하더라도 늘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무려 5년 만의 영화 출연작인 <7광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물론 TV드라마에서 남다른 매력을 뽐낸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도 감추지 않는다. 장철수와 온달수의 로맨틱코미디를 기획하고 있는 제작자들이라면 어서 그에게 연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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