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90년대 여전사 TV시리즈 시대 - 여성의 몸을 되찾다
2011-09-08
글 : 김도훈
<여전사 제나>

남성성을 입지 않고 여성의 몸으로 전쟁을 시작한 현대적 여전사의 시작은 오히려 할리우드가 아니라 TV계에서 찾아왔다. 바로 조스 웨든의 기념비적인 시리즈 <버피와 뱀파이어>와 뉴질랜드와 미국의 합작 시리즈 <여전사 제나>였다. 틴에이저물과 뱀파이어 장르의 전통을 거의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펼쳐낸 <버피와 뱀파이어>의 버피는 1998년 워싱턴의 정치잡지 <조지>가 ‘당대의 정치계를 이끄는 가장 멋진 20명의 여자’라는 기사에서 (공화당 밥 돌 상원의원의 부인이자 자신도 상원의원이 된) 엘리자베스 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무시무시한 시청률을 올린 <여전사 제나>는 당대의 10대 소녀들에게 여전사 캐릭터가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사이콜로지 투데이>의 마이클 벤추라는 90년대 쏟아져 나온 여전사 TV시리즈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시리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지옥이고, 인간은 끊임없이 악마와 싸워야 하고, 남자는 악마와 싸울 힘이 없다고 말한다. 모든 건 여자들에게 달려 있다.”

<버피와 뱀파이어>

물론 <버피와 뱀파이어>와는 달리 <여전사 제나>는 페미니즘 진영의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랑하거나, 혹은 미워하거나. <갑옷 입은 여자들>이라는 책의 저자인 다이앤 C. 보나치는 “제나는 영웅적이고 극적인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그녀는 현명한 전략, 무술과 무기로 악마와 싸울 줄 안다”며 제나를 찬양하지만, 워싱턴대학의 캐스린 노블 교수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나는 학생들과 제나가 과연 여자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가슴이 터져나올 것 같은 코스튬은….” 이게 무슨 말이냐고? 제나는 페미니스트의 상징인 동시에 몽정기 남자아이들의 환상이기도 하다는 소리다. 80년대의 여전사 영화 <레드 소냐>가 그랬듯이 말이다.

<버피와 뱀파이어>와 <여전사 제나>에 힘입어 제작된 TV시리즈 <앨리어스>와 <다크 앤젤>은 주연배우인 제니퍼 가너와 제시카 알바를 할리우드로 진출시키며 할리우드 여전사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앨리어스> 이후 <데어데블>과 <일렉트라>로 여전사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한 제니퍼 가너는 말한다. “나는 시드니를 연기하면서 실제로도 더 강해졌고 자신만만해졌다.” <타임>의 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다크 앤젤>이 여성 캐릭터를 완벽하게 남성의 영역에 침투시켰다고 평가한다. “맥스는 남자를 만나면 머리에서 가랑이까지 훑어보며 신체 치수를 가늠한다. 마치 남자들이 여자를 볼 때처럼 말이다. 맥스가 지닌 또 다른 속성들, 내면적인 아픔을 육체적으로 발산하는 것, 영웅적인 엄숙함, 탐험정신, 이 모든 건 이전까진 영웅적인 남자 캐릭터들만의 특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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