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3] - 새 영화 <공공의 적>
2002-01-11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유머와 해학, 녹슬지 않았다

90년대 한국영화가 관객을 되찾기 위해 택한 무기는 무엇보다 웃음이었다. 그 웃음의 대표선수가 강 감독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93년작 <투캅스>는 99년 <쉬리>와 <주유소 습격사건>이 나오기 전까지 <서편제>에 이어 한국영화 역대흥행 2위를 지켰다. 96년 <투캅스2>까지 절정의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던 그가 형사액션물의 구도를 가진 <공공의 적>에 불어넣은 생명력도 유머와 해학이다. 경찰서를 드나드는 볼썽사납고 험악한 사내들의 모습에서 강 감독은 웃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아이러니한 순간을 포착한다. <미스터 맘마>나 <마누라 죽이기>에서 보여준 과장의 정도는 조금 심하다 싶지만 <공공의 적>에서 선보이는 코믹함은 품위를 잃지 않는다. 강 감독의 장기인 뛰어난 편집감각을 느낄 수 있는 코미디 장면이 적지 않다.

<공공의 적>의 주인공은 설경구가 연기하는 형사 강철중이다. 경찰의 사명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충대충 살아가는 무식하고 폭력적인 형사 철중은 동료 형사가 자살하는 바람에 내사를 받기도 한다. 사건은 잠복근무를 하던 중에 일어난다. 빗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내가 자기 뺨에 칼자국을 남기고 사라지자 철중은 복수심에 불탄다. 철중은 그 사람이 자기 부모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증거는 없다. 부모를 죽인 살인범을 잡겠다는 철중의 의지는 처음엔 개인적 원한에 불과했지만 차츰 경찰로서의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바뀌어간다.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철중의 캐릭터는 <투캅스>의 경찰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비리에 무감한 그들처럼 철중도 모범적인 형사는 아니다. 사건에 휘말려든 것도 임무수행과는 거리가 멀다. <투캅스>의 안성기, 박중훈처럼 그는 우연히 자기보다 훨씬 커다란 악을 만나 싸우면서 자기가 발디디고 있는 곳을 알게 된다. 살인범 대 경찰의 대립구도로 이뤄진 영화지만 유심히 보면 강 감독이 정작 관심을 두는 것은 다른 대립구도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잠복근무를 하며 현장을 지키는 형사들과 책상에 앉아 이래라저래라하는 인물들의 대립이 그것. <공공의 적>이 제공하는 통쾌감은 현장을 지키는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이 깔끔하고 우아한 척하는 책상물림들을 물리치는 순간 절정에 이른다. 강 감독이 영화인 위에 군림하려드는 비영화인을 비판할 때 쓰는 독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공의 적>은 설경구의 연기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시간가는 줄 모를 영화이다. 한시도 입에서 욕이 떨어지지 않는 인간이지만 설경구가 연기하는 철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친근해진다. 살인범으로 등장하는 이성재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느낌이 너무 강한 게 흠이지만 마지막 대결까지 관객을 긴장시킨다. 강 감독은 조연 캐릭터를 잘 쓰는 스타일이다. <공공의 적>에 등장하는 형사들과 깡패들은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강 감독이 이 영화로 작가 대접을 받진 못하겠지만 그의 코미디 감각이 녹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는 충분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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