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해 두편의 영화를 선보인 건 처음이다. <청담보살>(2009)로 시동을 건 뒤 상반기에 <헤드>(2011)를 내놓았고, <Mr. 아이돌>로 연달아 관객과 만난다. “너무 좋다. 몇년 동안 영화 한편도 못하고 지냈는데 그때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나 욕심이 더 많아졌다. (드라마든 영화든) 같은 연기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좀더 주력하는 쪽으로 신경을 쓰게 된다.” “기회를 얻지 못해 더 기대하고 더 실망했던” 시기에 “영화를 마음속에서 슬쩍 밀어내기도 했다”는 박예진의 속엣말이다. 대중에겐 친숙하지만 자신에겐 생소했던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하고 싶어서 <청담보살>을, 여자 캐릭터가 혼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부담과 매력 때문에 <헤드>를 선택했다면 <Mr. 아이돌>에선 다른 배우들과의 ‘어울림’을 만끽하고 싶었다. “오구주라는 인물은 중심을 잡아주면서 다른 배우들이 놀 수 있게끔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보다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 즐겁게 찍을 수 있는 영화여서 출연했다.”
오구주는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로, 대형 기획사 사장인 사희문(김수로)의 횡포에 맞서는 인물이다. <Mr. 아이돌>에서도 박예진은 동분서주, 고군분투하지만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오구주는 운명의 짝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청담보살>의 점술가보다 침착하고, 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마이크를 들고 뛰어다녔던 <헤드>의 기자보다 단호하다. 예고편에서 아이돌을 조련하는 오구주의 목소리를 잠깐 맛볼 수 있는데, 박예진은 이번에 콧소리를 일부러 쑥 뺐다. “오구주는 중성적인 캐릭터다. 새침데기도 아니고, 발랄하고 친근하지도 않다. 연기할 때도 지금까지 전혀 안 써봤던 목소리를 냈다. 원래 내 목소리가 비음이 섞여서 나오는데 오구주의 톤은 주로 저음이라 콧소리가 안 들릴 거다. 극중에서 ‘로봇 같다’는 대사가 있다. 그게 오구주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기계적으로 말하고, 표정 변화도 없고, 웃지도 않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캐릭터다.” 감정을 뱉는 것보다 삼키는 것이 배우에겐 더 고역 아닐까. “처음에는 오구주가 화가 나도 표현을 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애초에 그렇게 느끼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그게 매력이면서 동시에 부담이었다. 내가 어떤 확신을 갖고 있어야 설득력이 생기는 것 아닌가. 또 영화가 완성됐을 때 지루한 캐릭터처럼 보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쟤, 연기 못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까봐 조바심까지 생겼다. (웃음) 라희찬 감독님이 중간에 편집한 장면들을 보여주셨는데 그제야 의심이 풀렸다.”
“며칠 전에 <해피 투게더>를 찍었는데 몇주 전부터 걱정했다. 예능 프로그램 나와서 여배우가 예쁜 척만 하고 있으면 민폐 아닌가. 아주 예쁜 여배우라면 모르지만. (웃음)” <패밀리가 떴다>를 끝낸 뒤에도 박예진은 예능 울렁증이 여전하다. 영화라고 다르지 않다. 자책이 천생이라 일할 때는 물론이고 쉴 때조차 여유를 즐기지 못한다. 곁에서 지켜보는 트레이너 역할이라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지만 지현우, 박재범 등과 같은 젊고 풋풋한 친구들의 열의를, 뒷짐 지고 젠체하는 대신 외려 촬영장의 에너지를 ‘업’시키는 김수로, 임원희 등과 같은 선배들의 넉넉함을 부러워한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이다. “<의뢰인>은 봤느냐?”는 질문으로, 박희순과의 열애에 대해 우회적으로 물었더니 “아직 못 봤다”며, “다른 커플들하고 비슷하”니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접어달란다. “만약 내가 극중의 아이돌처럼 사생활에 대해 터치를 받았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거다.”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했지만 이런 성향이야말로 박예진이 계속 카메라 앞에 서는 이유이자 대중이 그녀를 더 자주 보고 싶어 하는 까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