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지현우] 밴드와 아이돌 사이에서 초심을 발견하다
2011-10-10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지현우

“영화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아이돌 그룹의 리더로 변신한 지현우가 말한다. 하지만 이미 깜짝 놀랐다. <Mr. 아이돌>의 예고편에는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근육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채 팔을 흔들며 춤추는 지현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의 백댄서 역할을 통해 그의 춤추는 모습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돌로 분한 지현우를 지켜보니 낯선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촬영을 앞두고 2개월간 춤연습을 했는데, 처음을 생각하면 진짜 한심했다. (웃음) 춤의 기본도 몰랐으니까. 아마 재범이가 그 모습을 미리 봤다면 우리랑 영화 안 찍는다고 했을걸? (웃음)” ‘아이돌’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지현우가 처음 <Mr. 아이돌>의 시나리오를 제안받고 고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연을 결정한 건 라희찬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작품을 결정할 때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라희찬 감독님이 좋았던 건 거짓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건 내가 알아서 잘할게, 하고 과장하는 분이 아니시더라.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담갔다 뺀 회색 같은 느낌의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그는 ‘미스터 칠드런’의 리더 유진이 되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가수 오디션에 지원하고, 혹독한 연습생 생활을 거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 유진이란 캐릭터는 90년대 문차일드의 객원 보컬로 활동하다 연기자로 주목받게 된 지현우의 행보와 겹치는 지점이 많다. “고등학생 때 문차일드의 객원 기타로 들어가 2년 동안 연습실에서 살았다. 당시 1년 연봉이 50만원이었다. 밥 한 공기 더 먹으면 매니저에게 혼나고. (웃음) 그래도 그땐 음악하는 게 좋아서 아무 불만없이 즐겁게 활동했던 것 같다.” 가수의 꿈을 접고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장래희망은 스타’라고 대답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알고 자란 지현우에게 어쩌면 <Mr. 아이돌>은 필연적인 작품이었다. 드라마 <올드 미스 다이어리> <달콤한 나의 도시>의 연하남으로 누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틈틈이 인디밴드 ‘더 넛츠’로 활동하며 5장의 정규 앨범을 낸 그에게 음악과 연기는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안될 무엇이다. “두 요소가 서로 보완이 되는 것 같다. 연기하며 느끼는 부분을 노래로 만들 때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최강희씨에게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있는데(청소송), 작가 누나의 글을 내가 노래로 만든 거다.”

노래를 부르며 연기하는 것보다 5개월간 싫어하는 운동을 하며 아이돌의 몸을 완성하는 것이 더 큰 과제였지만 <Mr. 아이돌>은 지현우로 하여금 뮤지션으로서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함께 그룹 멤버로 출연하는 재범이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대기실이건 촬영현장이건 비트박스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 ‘쟤는 저게 진짜 좋은가보다. 한때 나도 그랬었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월에 발매될 그의 싱글 앨범은 지현우가 말하는 ‘처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형들이 군대를 가면서 ‘더 넛츠’가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이번 앨범은 내가 자유롭게 곡을 만들고 쓴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최강희씨의 책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의 한 대목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노래도 있는데, 수험생들이 들으면 좋을 것 같다.” 밴드 데뷔 12년차, 연기자 데뷔는 8년차. 앞으로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작품으로 한층 편안하고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지현우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해 보였다. 솔직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영화 속 유진처럼.

스타일리스트 윤슬기·헤어 de L 민숙·메이크업 찬이·의상협찬 레쥬렉션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