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아드만의 인장 못생긴 캐릭터에 새겼다
2011-12-01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아더 크리스마스> 만든 사라 스미스 감독 인터뷰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더 크리스마스>를 연출한 영국 출신의 사라 스미스는 이전까지는 TV용 실사영화를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감독이었다. 고어 버빈스키가 <랭고>를 만들고, 브래드 버드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연출하는 시대이니,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스크린 위에서만 사라지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2011년 6월15일, 컬버시티에 위치한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짱 두둑한 여감독 사라 스미스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모든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한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수가 한두편에 불과했던 예전에 비해 이제는 15~20편에 달하는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가? 스튜디오를,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조건은 무엇인가?
=나는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더 크리스마스>에서 모든 캐릭터들, 모든 이야기들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진짜로 다가와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관객을 설득할 수 없다. 스튜디오를 설득한 건 ‘크리스마스는 누가 만드는가?’라는 번득이는 아이디어 한 가지였다. 그 아이디어에 초록신호가 떨어져서 그 뒤에 이야기를 만들었고, 감정을 녹여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당신은 아이가 있나? 그 사실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있다. 한살 반이다. 사실 여섯살 꼬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여섯살 꼬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포착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현대의 어린이들은 예전에 우리가 어린이였을 때 믿었던 것들을 많이 믿지 않는다. 그래도 산타클로스는 아이들이 지금도 믿는 것 중 하나다. 여섯살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면 산타는 신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1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그러니까,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내가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목소리 연기자는 모두 영국 배우로 캐스팅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에서 낸 아이디어다. 우리는 영국식 캐릭터가 조금은 귀족, 왕족을 떠올리게 한다는 데 동의했고, 그 부분이 산타클로스 가족에 대한 유머로 작용했다. 짐 브로드벤트는 꼭 산타클로스처럼 보인다. 사랑스럽고 따뜻하며 친절한 신사의 느낌이다. 휴 로리는 캐스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스티브를 어떤 캐릭터로 설정할지 숙고했기 때문이고, 처음에는 전혀 다른 연령대의 배우들을 물색했었다. 그러던 중 휴 로리가 거론됐고, 그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휴 로리가 스티브처럼 영리하고 재치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오랫동안 다른 배우들을 생각해본 뒤에 캐스팅한 경우다. 나는 제임스의 연기를 좋아했지만 그 안에서 아더를 발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아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만나자마자 그가 아더가 될 것이란 것이 분명해졌다. 마지막으로 빌 나이는 특유의 심술궂은 목소리가 매력적이라서 캐스팅했다. 못된 늙은이를 연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보다 더 적당한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그렇게 많은 유명한 배우들을 모두 캐스팅했다는 건 놀랍다.
=어쩌겠는가? 영국 배우들이 아드만 스튜디오를 애호하는 것을.

-당신은 이전까지 애니메이션 연출 경력이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감독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랭고>에서 고어 버빈스키가 실사영화 연기자들을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활용한 것과 비슷한 건가.
=나의 접근방법이라면, 나는 애니메이터들을 애니메이터가 아닌 배우들처럼 생각했다. 그들에게 퍼포먼스 아래 숨겨진 서브 텍스트를 설명했고, 어떤 감정이 필요한 순간인지를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 연출에도 다양한 접근법과 스타일이 있다. 나는 다른 감독들의 연출 스타일도 분명 존중하고, 그들의 작품들도 좋아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계산된 연기를 요구한다. 나는 그런 퍼포먼스에서 캐릭터의 진짜 감정이 도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연스럽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들은 진짜다.

-애니메이터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가능해졌나? 애니메이션의 언어는 어떻게 배웠나.
=처음에 나는 실사영화의 언어를 말했고, 애니메이터들은 애니메이션의 언어를 말했다. 우리가 <아더 크리스마스>를 만들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그 중간에서 만났고 두 가지 언어 모두를 이해하게 됐다. 애니메이터가 하는 일은 배우의 연기와 다를 것이 없다. 캐릭터를 완전히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특정 캐릭터의 신체반응까지도 기억하고 그에 맞게 스타일화하는 사람들이 애니메이터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느꼈던 가장 큰 기쁨은, 실사영화에서 추구하지 못하는 완벽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연출이 그대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실사영화의 배우들은 그들만의 ‘의지’가 있다. 그래서 연출자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물론 그래서 영화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내가 상상한 그림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아더 크리스마스>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라는 소재를 가지고도 신구의 대립이 드러난다.
=어느 정도는 우리가 그런 대립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영화가 그렇게 단순하게 양분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옛것이 좋은 것, 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왜’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슈퍼마켓은 나쁘고, 구멍가게는 좋다 식의 선긋기가 아니다. 당신이 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그 일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다.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니 사람들이 아드만 특유의 인장을 기대할 것이 분명하다.
=우선 영국적 캐릭터들이 그렇다. 아드만 스튜디오에서도 영국식 유머를 구사하는 영국 캐릭터를 좋아했고, 나도 이 컨셉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스튜디오는 아드만뿐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예쁘고 보기 좋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일부러 못생긴 룩(look)을 원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아드만에서 만든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다. <치킨 런> <월레스와 그로밋>을 보라, 귀여운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우주에서 가장 못생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지만, 말도 안되게 매력적이고 신선하지 않은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인장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다. 스튜디오에서는 3D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있었나.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픽사의 퀄리티에 버금가는 영화를 만들 것을 원했다. 나는 우리가 한 일들이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아름답게 구현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드만의 장점은 역시 스토리와 캐릭터다. 미디엄은 결코 첫 번째가 될 수 없다. 이야기가 원하기 때문에 미디엄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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