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베이커가 221번지 B호의 프록코트를 입은 명탐정이 21세기에 컴백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두 번째 홈스 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의 개봉만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아예 무대를 현재로 옮겨버린 영국 <BBC>의 미니시리즈 <셜록> 시즌2가 방영을 시작했고, 코난 도일 재단의 인증을 받은 홈스 소설 <셜록 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이 출간됐다. 물론 홈스는 지난 100여년간 한번도 팝문화와 랑데부를 멈춘 적이 없는 역사적 아이콘이다. 컴백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2012년의 컴백은 뭔가 조금 다르다. 다시 말하자면 이건 ‘홈스 익스트림 메이크오버(Makeover)’라고 부를 만도 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오덕들이 있다. <스타트렉>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트레키(Trekkie)라고 부른다. 몇년 전만 해도 트레키는 한낱 우주 사이파이물에 인생을 바치는 오덕들을 경멸스럽게 부르는 단어였다. 오덕문화가 정점에 오른 21세기의 우리는 근사한 존중의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트레키보다 먼저 픽션의 세계에 인생을 바쳐온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그들을 셜로키언(Sherlockian)이라 부르고, 영국에서는 그들을 홈시언(Holmesian)이라고 부른다. 이쯤되면 당신도 눈치챘겠지만 셜로키언과 홈시언은 코난 도일의 탐정 시리즈 <셜록 홈스>를 사랑하고 또 연구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물론 그냥 사랑만 하고 연구만 하는 사람들을 셜로키언이라 부를 리는 없다. 셜로키언도 트레키와 다름없는 골수 오덕들이다. 이들은 코난 도일이 쓴 60편의 책(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을 외전(外典)에 대한 정전(正典)을 의미하는 캐논(Canon)이라 부르며, 홈스가 해결한 사건의 명확한 날짜를 조사하거나, 코난 도일이 서술하지 않은 왓슨의 사생활을 캐내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셜로키언에 따르면 왓슨 박사가 여자였다고도 하는데, 주드 로를 여장해 놓으면 꽤 근사하긴 하겠다만 그런 추리는 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당신이 이토록 열정적인 골수 셜로키언이라면 최근의 극단적인 홈스 메이크오버를 보며 어안이 조금 벙벙할지도 모른다. 팝문화 속에서 수없이 변용되고 변모되고 변태되어온 셜록 홈스는 이제 완벽하게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