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이수만, 박진영에게 전화했더니
2012-02-20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사진 : 최성열
음악계와 함께한 굿다운로더 캠페인의 안성기, 박중훈 공동위원장

안성기, 박중훈.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굿다운로더 캠페인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지도 벌써 만 2년이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느끼는 보람만큼이나 사명감도 높아졌을 터. 안성기 위원장은 영화배우로서, 박중훈 위원장은 예비 영화감독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캠페인을 위한 의기투합을 잊지 않았다. 2012년 새해를 맞아 새롭게 단장한 캠페인은 음악계로까지 발판을 넓혔다. 영화배우로는 두 위원장과 장혁, 이민정이 참여한 가운데 윤도현, 김윤아, 유노윤호, 소희, 닉쿤, 설리 등 음악인들도 함께 ‘굿다운로드’를 외쳤다. 새로운 변화를 맞아 그들에게 위원장으로서 그들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2009년에 캠페인을 처음 시작한 뒤 햇수로만 4년째에 접어들었다.
=안성기_처음에는 걱정도 있었지만 3년 동안 해오면서 우리 캠페인이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동의도 얻고 있는 것 같아 보람되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지난해보다 부가시장이 성장했다고 발표했다는데, 거기에 직간접으로나마 우리가 기여한 것 같아 기쁘다. 올해는 불법 다운로드가 단지 영화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음악계로까지 캠페인 규모를 넓히게 됐다.

박중훈_굿다운로더 캠페인에 동의하고 참여하겠다는 네티즌에게 서명을 받아왔는데 그 수가 벌써 50만명을 넘었다. 굿다운로더 캠페인에 관한 인지도도 80%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우려를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쏟아주셔서 감사하다. 그래서 영화계 역시 고마운 마음을 되돌려드리자는 의미에서 ‘리워드 프로그램’으로 SNS나 여러 가지 이벤트를 통해 1:1 소통의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 야외무대에서 갖고 있는 관객과의 만남도 계속하고 있고.

-음악인들의 참여는 어떻게 이뤄졌나.
=안성기_영화 다음으로 불법 다운로드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분야가 음악이라고 하더라. 콘텐츠로 치면 단지 영화계의 문제만은 아니니까 음악인들이 동참해준다면 캠페인이 좀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이수만, 박진영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 다 외국에 나가 있어서 일이 잘 안 풀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임해줬다. 예를 들어 소희는 지금 원더걸스가 휴가 중인데도 나와준 거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번에 와준 친구들이 다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이더라. 닉쿤은 얼마 전에 타이에서 타이영화를 찍기도 해서 그런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더라. 윤도현씨는 김윤아씨를 데리고 나오기도 했고. 우리로서는 전부 고맙고 기쁜 일이다.

-얼마 전 검찰청을 방문해 강연도 했다고 들었다. 직접적으로 제도적인 변화를 요구한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박중훈_실은 검찰청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전국 지검마다 지적재산권을 맡는 부서가 따로 있다. 그런 부서들의 부장검사들이 모이는 회의에 초청연사로 간 거다. 나중에 검찰총장과 개별적으로 면담도 가졌는데 불법 다운로드는 “엄연한 절도”라고까지 표현하며 심정적 지지를 보내왔다. 물론 사법부의 역할과 우리 캠페인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그들이 엄부(嚴父)라면 우리는 자모(慈母)인 셈이다. 그들이 회초리를 들고 있다면 우리는 콩나물을 키우는 심정인 거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이 다 새나가는 것 같지만 그 물을 먹고 콩나물이 자라지 않나. 그것처럼 우리 캠페인은 의식의 전환을 꾀하는 긍정의 캠페인이다. 하지만 분명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교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합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가.
=안성기_최근 매니저를 통해 음악을 몇곡 사서 들어봤는데 마음이 아주 뿌듯하더라. (웃음)

박중훈_나도 음악은 Mnet 사이트를 이용한다. 정회원으로 가입해서 돈 내고 듣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 근절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 불법 다운로드를 이용할 수는 없지. (웃음) 영화도 거의 극장에서 보는 편이다. 상영이 끝난 영화는 DVD를 사거나 빌려서 보고. 다운로드는 최후의 선택이다. 근데 고전영화들은 그나마도 찾기가 어려워 난감할 때가 많다. 합법적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으니까.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합법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안성기_더불어 앞으로 음악이나 영화뿐 아니라 방송이나 출판계로까지 계속 캠페인을 넓혀갈 생각이다. 천천히 해나가야 할 우리의 몫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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