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살았던 시대가 그녀의 연기를 온전히 인정하지 못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먼로가 당시 섹스 심벌로서의 이미지를 쥐락펴락하는 동안,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먼로가 활동하던 1930∼1950년대 할리우드가 소비한 다소 소박한 섹시함의 개념이다. 1930년대 들어 청교도주의적인 제작 규범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영화에서 에로틱한 이미지는 모두 검열의 대상이 되었다. 먼로는 규제의 한가운데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검열에서 자유로워진 1960년대 이전에 활동을 접었다. 말하자면 먼로는 그녀가 우상으로 여겼던 진 할로처럼 아슬아슬할 만큼 솔직하고 성적인 대사로 섹시함을 과시하는 대신 나름의 정숙함을 유지해야 했고, 그녀 이후 섹시함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과거 할리우드 배우들의 수줍음을 모두 내다버린 브리지트 바르도처럼 옷을 다 벗지 않고서도 그 이상의 섹시함을 보여줘야 했다. 데이비드 톰슨은 말한다. “그녀의 출연작 중 단 한 장면도 섹스장면이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만약 한 장면이라도 섹스장면이 있었다면 그녀의 신화는 무너졌을 거다.” 대표적인 장면을 꼽아보자. <7년 만의 외출>에서 ‘그 여자’는 “제 팬티를 아이스박스에 넣어놓았어요”란 말 한마디만으로 이층집 남자 리처드를 옴짝달싹못하게 만든다. 가정을 지키려는 청교도적 사고와 섹시한 여성에 대한 판타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리처드의 심리 상태는 정확하게 먼로를 보러 극장에 온 당시 미국 관객의 심리와 일맥상통했다. 물론 검열이 강하다고 에로티시즘이 사라질 리 없었다. 관객은 섹시함과 에로틱함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은 장치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정열적이고 육감적인 것, 섹시한 것에 대한 암시만으로도 이미 그 모든 걸 획득할 수 있었던 시대, 먼로는 섹스신 없이 섹시함을 창조해낸 가장 신화적인 여배우였다.
마릴린 먼로의 사망 2년 전 상황을 프랭크 시내트라가 먼로에게 준 강아지 마프의 관점으로 그린 소설 <마피아 개, 친구 그리고 마릴린 먼로의 인생과 견해>(The Life and Opinions of Maf the Dog, and of his Friend Marilyn)를 집필한 작가 앤드루 오헤이건은 먼로를 이렇게 정의한다. “마릴린 먼로는 역사상 가장 많이 쓰여지는 여성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엘리너 루스벨트, 나이팅게일에 관한 글을 다 합쳐놔도 마릴린 먼로의 것보다는 적을 거다. 그녀는 20세기가 만들어낸 가장 기막힌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