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의 흥행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벤져스의 창립 멤버이자 마블의 대표적인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은 도대체 어딜 갔느냐는 거였다. 이 물음에 대한 현실적인 대답인 마블과 영화제작사 소니의 판권 관계를 차치하고라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개봉하는 6월28일엔 이런 농담도 가능할 거다. 스파이더맨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기원을 추적하고, 첫사랑 여고생과 연애도 하고, 뉴욕시를 지키느라 바빴다고.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이 연출을 맡아 리부트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어느 날 갑자기 전지전능한 거미의 능력을 부여받게 된 청소년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의 모험담이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피터는 어린 시절 자신을 삼촌에게 맡기고 행방불명된 부모님의 사연을 추적한다. 아버지의 옛 친구인 코너스 박사(리스 이판)의 연구실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하던 피터는 수상한 거미에 물리고, 거미의 운동신경을 몸 안에 이식받게 된다. 한편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 코너스 박사는 도마뱀의 재생 능력을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연구용 혈청을 자신에게 주사한 뒤 기괴한 외모의 ‘리자드맨’으로 변한다.
재미있는 점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제작진이 마치 의도라도 한 듯 샘 레이미의 3부작 <스파이더맨>의 다양한 요소를 데려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인 ‘로맨스’를 담당하는 피터의 첫사랑 그웬 스테이시는 3편에서 피터의 여자친구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고, 1편에서 피터의 삼촌을 죽인 악당의 정체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미스터리로 기능한다. 올해로 스파이더맨 코믹스가 창간 50주년을 맞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마크 웹이 그동안의 방대한 에피소드 중 굳이 샘 레이미의 3부작 영화와 겹치는 설정을 차용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캐릭터를 재정의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새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5년이란 짧은 공백을 거친 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부활시킨 마크 웹의 의도다. 전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로 승부하자는 것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제작진의 생각인 듯하다.
6월14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기자회견을 통해 제작진의 의도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단체로 한국말 공부라도 한 듯 유창한 한국말 인사를 건네며 마크 웹 감독, 배우 앤드루 가필드, 에마 스톤과 리스 이판, 그리고 프로듀서 아비 아라드와 맷 톨맥이 등장했다. 새로운 시리즈의 얼굴이 된 앤드루 가필드는 “유서 깊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모든 부분을 존중한다”면서도 “배우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특히 피터가 고아라는 설정이 캐릭터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음을 전했다. “이 영화가 고아 청년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역할 준비를 했다. 아버지를 찾는 청년이 도시 전체를 책임지는, 그래서 마치 자신이 도시의 아버지인 듯 느끼는 여정으로 생각했고 그런 점이 다른 슈퍼히어로와 다른 것 같다.” 자신의 잠재된 능력에 대해 알아가는 스파이더맨과 달리, 촬영에 임하기 전 앤드루 가필드는 “몸의 여러 가지 결함에 대해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의상을 입는 건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댓글을 다는 것과 같은,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유로움을 줬다”며 피터 파커 역할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크 웹 감독과 배우 에마 스톤, 리스 이판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지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보다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