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을 말해줘.” 소녀가 소년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첫사랑이 시작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그웬 스테이시는 슈퍼히어로영화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캐릭터일 것이다. 마크 웹 감독의 전작 <500일의 썸머>와 달리, 세계를 구하느라 바쁜 남자친구 때문에 상처받는 쪽은 언제나 그웬이다. 하지만 그녀를 연기한 에마 스톤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였다. 이 영화를 통해 만난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와 실제로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일까. 그웬의 수줍은 미소를 여전히 머금고 있던 에마 스톤을 만났다.
-한국 팬들에겐 <이지 A> <헬프>에서 보여준 당신의 빨간 머리가 친숙하다. 오랜만에 블론드로 염색한 소감이 어떤가.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웃음) 난 원래 금발이었으니까. 빨간 머리도 좋아하긴 하지만,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을 위해 머리 염색은 꼭 필요한 것이므로 한 색깔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그웬 스테이시를 연기하기 위해 코믹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 등 수많은 참고자료가 있었을 거다.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무엇이었나.
=코믹스를 보며 그웬의 역사를 연구하는 건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그건 샘 레이미의 3부작에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드루와 마크와의 작업이 나에겐 가장 큰 참고자료였다. 우리 세명의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화학작용이 궁극적으로는 가장 중요했다.
-마크 웹 감독이 특별히 그웬 캐릭터에 대해 주문한 점이 있나.
=그의 전작이 <500일의 썸머>잖나. 처음부터 그는 피터 파커와 그웬의 러브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는 나와 앤드루의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웃음) 마크가 가장 원했던 건 우리 둘을 자주 보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앤드루와 나와의 관계에서 모두가 한번쯤 경험해봤을 진실한 로맨스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마크에게 고마운 점은 로맨스를 표현하는 데 즉흥 연기를 많이 허용해줬다는 거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는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던 장면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아버지와 남자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학생은 하이틴로맨스영화의 단골 캐릭터다. 그웬도 그런 갈등을 겪는다. 경찰인 아버지, 스파이더맨인 피터와의 감정선은 어떻게 잡았나.
=아버지는 모든 소녀들의 첫사랑 아닌가. 이성에 대한 소녀들의 첫 번째 사랑은 아버지들의 차지다. 그래서 많은 경우 남자친구가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 있는 게 아닐까. 그웬은 아버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고, 아버지를 정말 사랑하는 소녀다. 그런 그녀에게 피터와의 사랑은 굉장히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피터와 로맨스를 유지하는 것이 그웬으로서 나의 목표였다. 배우로서 연구하기에 무척 흥미로운 감정선이었다.
-실제 연인이기도 한 앤드루 가필드와는 어떤 고민을 나눴나.
=피터와 그웬의 관계에 대해 장면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좋았던 점은 하이틴로맨스의 어색함을 표현하기 위한 나의 즉흥 연기를 그가 잘 받아줬다는 거다. 앤드루는 훌륭한 파트너다. 그가 아니었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완전히 다른 색깔의 영화가 됐을 거다. 작품을 바라보는 앤드루와 나의 관점이 같았던 게 결과적으로는 이 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영화에서 과학 영재로 나온다. ‘리자드맨’ 리스 이판과 함께 연구기관에 가서 직접 과학 실험도 해봤다던데.
=도마뱀에게 주사를 놓아봤는데 굉장히 낯설었다. 난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집에서 교육 과정을 마쳤다.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처럼 실험을 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연구 기관에서의 경험은 내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도마뱀의 잘린 꼬리는 어떻게 다시 자라나는지, 줄기세포 연구는 왜 중요한지를 배웠다! 새로운 걸 배우는 과정은 언제나 즐겁다.
-<슈퍼배드> <이지 A> <좀비랜드> <헬프> 등 당신이 선택했던 전작들은 어딘가 범상치 않은 영화들이었다. (웃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우선 예전의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날 알아봐주는 지금은 내가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게 무척 영광으로 느껴진다. 어쨌든 작품을 볼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관객으로서 내가 극장에서 돈 주고 볼만한 영화인지다. 감독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극장에서 즐겁게 보았던 영화의 감독과 작업을 하고 싶다. 앞으로 그런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