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벤 애플렉] “연출은 배우들에게 필요한 경험”
2012-10-29
글 : 안현진 (LA 통신원)
벤 에플렉과의 인터뷰

-벌써 세 번째 연출작이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이제 좀 편해졌나.
=처음에는 정말 불안했다. 영화 연출은 해본 적 없는 일에 대한 도전이었고, 내 능력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첫 영화를 완성했고, 두 번째는 아주 조금 더 편해졌었고, 세 번째는 그보다 조금 더 편안해졌다. 하지만 내 생각에 건강한 의미에서의 두려움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두려움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다. 그걸 깨고 나와서 앞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고, 그로인해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감독으로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라서 내가 만족할 때까지 몇번이고 테이크를 간다. 내가 싫어하는 단 한 조각이라도 영화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나중에 편집실에 혼자 남아서 편집하는 순간이 되면 내게 정말 필요한 조각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가 가장 기다려진다.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할 의사가 있나.
=그랬으면 좋겠다. 뭐 좋은 거 있나? (하하) 얼마 전에 아주 작은 역할로 출연하기는 했다.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출연하고 싶지만, 소망이 그대로 이뤄지는 건 두고 봐야 아는 게 아닌가.

-배우로서 경험한 다른 훌륭한 감독들의 성향을 그대로 따를까 불안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엔 어땠나? 당신이 원하는 연출자로서의 균형을 찾았나.
=아니다. 균형을 찾지 못했다. 나는 그저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이 촬영했다. 의식적으로 더 많이 그랬던 것 같은데, 내가 촬영장에서 관대한 척하느라 “이 장면은 한번만 촬영하면 되겠다”고 한다면 나는 영화를 만들 충분한 재료를 얻지 못할 것이고 영화를 망치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늘 테이크를 많이 갔다. 스탭들이 피곤해하고 퇴근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해도 계속 하자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 연기가 좋다. 연기와 연출 중 하나를 고르라면.
=연출은 영화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인 동시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배우들에게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각도에서 실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연구하는데, 그 과정은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준비하는 이상적인 과정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숨겨진 뒷이야기를 상상하고 이야기에서 드러나지 않는 결에 주의를 기울인다. 다만 감독이 더 많은 것을 준비할 뿐이다. <아르고>에서 내가 연기까지 한 건 연출을 준비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이미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미들 이스턴 스터디(Middle Eastern Studies)를 전공했다. <아르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인가.
=누구든지 자기가 아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리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이 내가 특별히 공부하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었던 첫 영화다. 거기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나쁜 아이디어 중 최고”(Best bad idea)는 뭐였나.
=(웃으며) 위장하는 데 할리우드를 이용하는 CIA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 영화로 만들어서 그렇지 종이에 적어놓고 보면 더욱 비정상으로 보인다. 6명의 목숨에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건 정말 미친 작전이 아닐 수 없다.

-영화에서 할리우드를 풍자하는 장면을 쓰면서 스스로도 즐겼나.
=물론이다. 할리우드는 풍자할 거리와 기회가 넘쳐나는 소재다. 그건 그 산업 안에 허영, 불합리함, 모순, 천박함, 피상적인 관계가 많은 만큼 야망도 많고 경쟁도 많기 때문이다. 풍자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을 것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각본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할리우드에 대해 취하는 이중적인 접근이었다. 풍자와 조소의 중심에 놓았지만 할리우드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 또한 담겨 있었다. 그건 이 영화를 위해 꼭 필요한 태도였다. 앨런 아킨과 존 굿맨 캐릭터를 보면 그런 태도가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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