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영화 <그랑프리> 2011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 2012 드라마 <해를 품은 달> 2013 영화 <용의자>
무(無)
“감정이 쉽게 읽히는 얼굴이 아니다.”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에서 송재림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김도훈 PD의 말이다. 가늘고 날렵한 눈매와 얼굴선, 차분한 인상의 송재림은 그 속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다. 이러한 이미지의 배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르? 그건 바로 첩보물이다. 원신연 감독의 신작 <용의자>에서 송재림은 북한 출신의 위장간첩 SA2로 분해 최근 자신이 맡은 분량의 촬영을 모두 마쳤다. “살인기계다. 사람을 죽여야겠다는 강렬한 감정이 아니라 오직 지령에 의해서만 움직이는,총을 쏠 때도 툭, 툭, 마치 하찮은 존재를 치워버린다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원신연 감독이 오직 송재림의 ‘킬러다운’ 이미지에 매료돼 그를 선택한 건 아닌 듯하다.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SA2는 주인공 지동철(공유)의 거울 같은 존재라고.” 그 역시 ‘살인기계’였던 지동철은 북한에 버림받은 뒤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그런 그의 과거를 비추는 존재로 송재림을 선택한 이유는 그의 무표정한 외면에 감춰진 내밀한 감정들을 공유가 읽기를 바랐던 게 아니었을까.
통(通)
첫 드라마가 <해품달>이라면 신인 배우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을까. 송재림은 조선의 왕 훤이 있는 곳에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호위무사 운을 연기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던 현장에서 상대 배우의 연기 보느라, 스탭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며 드라마 시스템을 체화하느라 바빴지만 가장 뿌듯했던 건 연기의 합이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통한 성취감이었다. “훤이 오열하며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운과 형선은 말없이 뒤를 따르고. 그 장면을 찍기 전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을 바라만 봐도 통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마이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단 마이너한 요소와 감정들을 더 좋아하고, 흥부보다는 놀부가 더 좋고, 가지는 것보다 놓치는 것의 씁쓸함이 더 좋다.” 신인배우로서는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송재림의 마음은 단단하다. 연기학원 등록금을 내기 위해 모델 일을 시작한 뒤 꽤 먼 길을 돌아왔기 때문일까. 스물아홉. 더이상 인생의 달콤함만 느낄 수 없는 나이. 송재림은 “재벌 2세가 되어 환상을 심어주기보다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담백한 진심이 언젠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원신연 감독이 본 송재림
깊은 눈의 드라마
“남자 배우로서 보기 드물게 깊은 눈을 가졌다. 송재림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떠오른다. <용의자> 촬영에 임하는 그의 모습을 보곤 원래 있던 대사마저 모두 없애버렸을 만큼 송재림의 표정 연기는 일품이었다. 그가 영화에 처음으로 등장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족의 생존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을 내던지는 장면을 찍으며 송재림의 눈은 이미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슬픔을 억누를 줄 아는 절제된 표현력에 감탄했다. 젊고, 욕심도 많고,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 배우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소비되지 않고 오래 기억할 만한 새로운 배우의 등장이 기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