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영화 <이층의 악당> 2010 드라마 <호박꽃 순정> 2011 드라마 <장미의 전쟁> 2011 영화 <Duo> 2012 영화 <가족시네마> 2012 영화 <설인> 2013 시트콤 <일말의 순정> 2013 영화 <전설의 주먹>
반전
어쩌면 독기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종류의 그늘을 어린 배우에게서 봤다. 지우의 얼굴에서 발견한 독기는 곧 예민하고 건방진 소녀들로 나뉘었다. 데뷔작인 <이층의 악당>의 ‘성아’는 일찍 추락을 경험한 콤플렉스 덩어리였고, <가족시네마> 중 <E.D.571>의 ‘소민’은 난자 기증으로 태어난 삐딱한 아이였다. 첫 주연작인 <설인>에서는 사라진 아빠를 찾아온 신비한 소녀 ‘안나’로 분했고, 곧 개봉할 <전설의 주먹>에서는 감정표현에 서툰 ‘수빈’을 연기했다. 놀랍게도 스크린 바깥의 실제 지우는 영화 속의 그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딴판이다. 그렇다면 그저 해사하기만 한 이 소녀의 투명한 얼굴 어디에 그토록 무시무시한 그늘이 드리웠던 것인가.
일상
일상을 잃어버린 소녀들을 연기해왔기 때문일까. 지우는 하루의 희미한 기억들과 사소한 추억들의 귀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가능하면 촬영은 모두 방학 시즌에 마치려 하는 것도 그래서다. 학창 시절을 잃게 될 것을 가장 아쉬워하기 때문이다. 촬영이 없는 때에는 보통의 날들을 산다. “잠도 많이 자고, 늘어져 있다가 강아지랑 놀기도 한다. 영화를 보러 다니고, 가족끼리 여행을 하거나 친구랑 노는 게 취미의 전부다.”
선배
아무래도 함께 연기를 하며 배우 김혜수에게 제대로 빠져든 모양이다. ‘찬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우는 김혜수로 시작해 김혜수로 끝맺는 대답을 연이어 들려줬다. 롤모델이 있냐는 질문에 “김혜수 선배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아름다운 데다 지적이고, 연기도 잘하고, 상대방을 잘 헤아려주고 배려해준다. 선배를 본받고 싶다”며 눈동자에 설렘을 가득 품는다. 꼭 김혜수뿐이랴. 이제 막 시작한 지우에게 함께 연기하는 선배 배우들은 모두가 그저 위대한 존재다.
백지
지우는 스스로를 “A4용지 같은 배우”라고 칭한다. 자신에게 무언가 끊임없이 채워 넣을 수 있길 바란단다. 예쁜 외모로 충분히 유명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말에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탐나는 배역들을 주르르 늘어놓는 모습은 영락없는 열일곱살이면서도, 한편으론 배우로서 개성있는 발자국들을 찍고자 하는 결기가 엿보이는 태도다. “감히 해볼 수 있을까 싶지만 언젠가 <레미제라블>의 판틴을 연기해보고 싶다. 마냥 발랄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그간의 배역들이 외모가 빛나는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엄마랑 우스갯소리로 이젠 예뻐지는 일만 남았다고 말하곤 한다. (웃음)”
손재곤 감독이 본 지우
일상을 경험하길
“처음부터 지우를 선택하진 않았다. <이층의 악당> 전개상 예쁘지 않은, 콤플렉스가 많은 아이를 연기해야 되니까. 그런데 생각할수록 자꾸 끌리는 면이 있었다.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어린아이에게서 배우로서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 현장은 처음일 테니 긴장할 법도 한데 지우는 특별히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늘 촬영장에 즐겁게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배우로서 앞으로도 쭉 잘해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우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본업인 연기 말고도 다른 많은 일상적인 것들을 충분히 즐기고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