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인사이드 홍콩, 인사이트 홍콩
2013-06-04
글 : 장영엽 (편집장)
칸에서 만난 동시대 아시아영화의 거장 3인: <블라인드 디텍티브> 두기봉 감독

액션 거장으로 알려졌으나, 두기봉 감독은 상당한 수의 로맨틱코미디영화를 연출해왔다. <니딩 유> <러브 온 다이어트> 등의 로맨스영화에서 두기봉 감독과 함께 작업한 정수문, 유덕화가 다시금 그의 페르소나로 돌아왔다.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된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눈먼 탐정(유덕화)과 어수룩한 여형사(정수문)의 좌충우돌 사건해결담을 다룬다. 두기봉 탐정영화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거친 남자들과 비정한 음모, 현란한 액션을 걷어낸 이번 영화는, 두 주연배우의 사랑스러움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로맨틱-액션-코미디영화다. 그의 이러한 우회에 대해, 위가휘 공동 프로듀서와 두기봉 감독이 함께한 인터뷰 장소에 모인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블라인드 디텍티브>의 존스턴(유덕화)과 마찬가지로, 당신 영화의 주인공들은 때때로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눈이 멀거나, 귀가 잘리거나,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거나. 그런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
=위가휘_관객이 탐정영화에 기대하는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주인공인 탐정이 결함이 있다면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런 설정이 관객의 몰입을 돕고 우리가 만드는 영화를 보통의 탐정영화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눈먼 탐정이 자신의 내면의 상상력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두기봉_보통의 탐정들은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증거와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이 영화 속 탐정은 눈이 멀어 정보를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신의 상상에 맡겨 수사한다는 설정을 하게 됐다. 어떤 사람들이 사건 현장에 드나들 수 있었는지를 상상해보는 거지. 또한 이 상상력은 매우 주관적이다. 위험한 점은 그의 상상이 틀리게 되면 수사 방향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거다.

-이렇게 심각한 탐정 수사물에도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유머가 스며들 수 있다는 것, 그 점이 홍콩영화의 특징이자 외국 관객이 홍콩영화에 가지고 있는 큰 미스터리다. 홍콩영화의 이러한 스타일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두기봉_홍콩은 좁은 공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당탕탕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곳에서 살다보면 아마 당신이라도 여유를 가질 틈이 없을 거다. (웃음) 홍콩에선 모든 것들이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홍콩영화가 소란스러운 건 이 도시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유머의 경우 외국 관객이 받아들이기에 조금 난처한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음식을 빨리 먹거나, 토하거나 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것.
=두기봉_좀 메스꺼울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서양 사람들도 회를 잘 먹고, 우리도 피클을 잘 먹지 않나? 서로 다른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건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홍콩 특유의 문화적, 지리적, 역사적 특성, 그리고 이 도시의 과거와 미래가 반영된 영화라는 점이다.

-이 영화의 액션 컨셉을 말해달라.
=두기봉_특별한 건 없다. 그저 내가 늘 연출해왔던 방식으로 촬영했다.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두기봉 감독의 기존 영화보다 훨씬 밝고 유머러스한 영화인 것 같은데.
=위가휘_<블라인드 디텍티브>를 찍기 전, 중국에서 단편 액션영화를 두기봉 감독과 함께 찍었다. 중국의 검열이 심하기 때문에, 촬영할 때 다소 한계를 느꼈었다. 그 이후에 홍콩으로 돌아와 찍은 영화가 바로 <블라인드 디텍티브>다. 홍콩에 돌아오니 한결 편안해졌고, 그래서 우리도 마음을 열고 홍콩영화 특유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데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나.
=두기봉_오직 구로사와 아키라뿐이다. (잘 알려진 대답이기에 이외의 인물도 존재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그외엔 없다.

-국제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홍콩을 벗어나 해외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나.
=두기봉_나는 세계 모든 곳에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다만 내가 해외에서 만들 수 있는 영화인지 없는 영화인지가 문제일 뿐이다. 때때로 해외에서 영화를 찍게 되면 언어와 문화, 로케이션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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