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어느새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유덕화는 중국영화의 아름답고 굳건한 아성이다. 그런 그가 <블라인드 디텍티브>의 시각장애인 탐정으로 분해 감행하는 모험과 도발은 놀랍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는가 하면, 음식 먹기를 좋아하는 탐정 역할을 맡아 폭식하고, 날것을 먹고, 토하는 장면까지 가감없이 소화해낸다. 유덕화와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외신기자들은 그가 연기한 탐정 캐릭터를 두고 연신 “쇼킹했다”는 말을 연발했다. 유덕화 또한 두기봉 감독, 정수문과 여러 편을 함께 작업해왔지만 <블라인드 디텍티브>가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많은 도전이 필요한 영화였음을 밝혔다.
-시각장애인 형사 역할을 한 소감을 말해 달라.
=두기봉 감독과 나는 이미 10년 전에 이 작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그땐 역할이 눈먼 변호사였다. 하지만 변호사는 오직 말만 하지 않나. (웃음) 액션이라곤 없고. 그걸 대중적인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을 것 같더라. 두기봉 감독도 아마 그런 고심 끝에 내 캐릭터를 시각장애를 가진 형사로 만든 것 같다. 이 역할을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적어도 사람들이 내가 맡은 캐릭터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에 공감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어떻게 시각장애인 역할을 준비했나.
=홍콩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센터가 있다. 그곳에서 3달 정도, 하루에 6시간씩 시각장애인들과 머물렀다. 그들이 어떻게 듣고,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를 배웠다. 우선 생선 요리부터 시작했는데(웃음), 생선이 타기 시작하면 소리가 달라진다. 그걸 감각적으로 알아차리는 방법을 센터에서 배웠다. 그 밖에도 다양한 생존 방식을 배웠는데, 그걸 영화에서 다 표현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연기하는 존스턴은 갑작스럽게 눈이 멀게 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모두가 크게 말하고, 굉장히 소란스러운 영화다. 어떤 장면에서는 소음으로 느껴질 정도다. 혹시 이러한 설정은 시각장애인 탐정인 주인공을 염두에 둔 것인가.
=(웃음) 정확한 의도는 감독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배운 바로는, 그들은 누군가와 소통할 때 리액션을 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당신이 만약 시각장애인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면,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봐요”라고 크게 말하며 그를 건드리게 된다. 이걸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당신은 본론을 말하기도 전에 시각장애인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아마 감독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의 사운드를 구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엔 굉장히 많은 장르가 존재하는 것 같다. 드라마, 액션, 로맨스, 코미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두기봉 감독이 이렇게 많은 장르를 한 영화에 섞은 적이 있나 싶다. 내 생각에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두기봉 감독에게도 새로운 방식의 영화다. 이 작품의 플롯이 굉장히 복잡한데, 당신들은 모두 이해했나? (기자들이 그렇다고 말하자) 다행이다. 내 경우엔 시나리오작가이자 공동 프로듀서인 위가휘가 명확한 연기 디렉션을 줬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가 가미된 이 작품의 인물을 보다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현장에서도 많은 토론을 했다. 위가휘는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여러 번 수정하기도 했다.
-<블라인드 디텍티브>의 액션 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그 장면은 편집됐다. (기자들이 탄식을 내뱉자) 내 위로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촬영하며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고, 그에 따라 소화해야 할 많은 장면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내겐 가장 힘들었던 액션 신이 편집됐다.
-두기봉 감독이 또 다른 탐정영화를 만든다던데.
=아, 그 작품은 이미 촬영을 마쳤다. 젊은 탐정의 이야기라더라. 나는 아쉽지만 출연하지 못했다. 젊은 탐정을 연기하기에 나는 나이가 너무 많다. (웃음)
-당신은 중국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이다. 이 영화를 위해 3달 동안 시각장애인 센터에서 역할을 준비했다는 점이 놀랍다.
=올해는 <블라인드 디텍티브> 이외에 아무 스케줄도 잡지 않았다. 아내가 임신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촬영하는 기간 이외에는 집에 머물러 있었다(그의 딸은 이제 한살이 됐다). 남은 반년간도 중국 콘서트 투어 이외에는 어떤 스케줄도 잡지 않을 생각이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