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숫물이 댓돌을 뚫을 수 있을까. 제협 소속 8개 제작사와 <씨네21>, 더컨텐츠콤 등 10개 회사가 시장이익의 공정한 분배를 위한 공공적 성격의 대안배급사 리틀빅픽쳐스(이하 리틀빅)를 설립했다. <씨네21>은 제협 회장단인 명필름 이은 대표, 영화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삼거리픽쳐스 엄용훈 대표에게서 리틀빅을 설립하기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앞으로의 리틀빅은 어떤 청사진으로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씨네21_제협은 올해 초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이하 동반협)를 통해 영화계 노사정간 공정한 거래 풍토를 만드는 데에 합의했다. 제협은 왜 이 시점에 리틀빅이라는 대안배급사를 만들게 됐나.
이은_동반협엔 여러 단체들이 있기 때문에 각 단체에 해당하는 사안을 다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우리에겐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자 본질적인 가치의 문제인데 동반협의 논의에만 맡길 수 없어서다.
최용배_올해 2월 새로이 출범한 제협의 논의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불공정한 영화계 현실을 분석하고 정책적인 면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 하나는 그런 개선사항들을 가지고 실제 영화 만드는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갈 것인가다. 제작사의 입장에선 의견이 잘 전달될 투자배급사가 필요하고, 기존 투자배급사의 태도를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모범적인 사례를 실현해보자는 차원이었다.
원동연_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투자배급사와 극장이 동일한 회사일 수 있어 투자배급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올바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배급사를 만들면 산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지라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
“생산자들이 시스템을 스스로 개선한다는 목적에 공감했다”
씨네21_명필름은 강제규필름과 합병해 투자배급사 MK픽쳐스를 차린 경험이 있다. 청어람 역시 M&FC와 배급 사업을 한 적이 있다. 제작사와 제작사가 결합해 배급 사업을 한 사례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대기업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된 지금, 과거의 사례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인가.
이은_제협 지도부가 업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궁리하다보니 협동조합의 형태를 생각하게 됐다. 논의가 진행되다 지난 여름에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산영상위)에서 ‘부산영화투자조합1호’ 펀드를 준비하는데 제협의 도움을 필요로 하면서 구체화됐다.
최용배_부산영상위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제작사들이 부산에서 영화를 찍길 원했다. 우리는 배급사 설립을 고민하고 있었으니 부산영상위의 요구와도 타이밍이 맞았다. 부산영상위는 시 예산이 있으니 빨리 시작하길 바랐고, 우리는 방법을 좀더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십시일반으로 5천만원씩 내서 형식은 주식회사지만 정신은 협동조합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리틀빅의 법적 형식을 만들었다. 그 뒤 임시총회를 소집해 회원사의 동의를 얻어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된 거다.
원동연_예를 들어 우리가 사과를 재배한다고 치자. 내가 대기업 홈쇼핑 채널을 통해 사과를 팔지 않으면 대량 판매를 할 수 없는 구조다. 내가 재배하고 납품한 원가가 있는데 홈쇼핑에서 너무 많은 마진을 가져가려 한다. 인지도 높은 홈쇼핑을 통하면 소비자의 신뢰도 얻고 잘 팔린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하고 납품했는데 사실 인부들한테 줘야 할 인건비도 못 주고 나도 남는 게 없는 거다. 그럼 차라리 과수농가들끼리 모여서 채널을 사서 과수농가에 이익을 좀더 주고 난 적정수수료를 받으며 우리끼리 판매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좀 떨어진 채널이긴 해도 판로가 없어서 도태되는 과수농가들에 뭔가 비전이 돼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씨네21_청어람은 대부분의 자사 라인업을 직접 배급해온 만큼 고민의 성격이 달랐을 것 같다.
최용배_<26년> 배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화 한편 만들기도 급급한데 하나 만들고 하나 배급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걸 알았다. 결국 기존 배급 시스템으로 가야 하나 답답하던 차에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 거다. 명필름은 큰 투자배급사에 절대적으로 자본 조달을 의존하지 않아도 되니 배급사만 갖춰지면 바로 영화를 걸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제협회원들은 협동조합 정신으로 주식회사에 참여했으니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에 동의한 셈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엄용훈_내 경우 협동조합 아이디어는 찬성하고 싶지 않았다. 난 만드는 걸 잘 만드는 사람일 뿐이고, 파는 건 파는 걸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는 게 지론이다. 이미 충분히 발전된 유통구조가 있는데 전근대적인 협동조합구조로는 경쟁할 자신이 없다고 판단했다. 토끼와 거북이의 싸움이 아니겠나. 다만 소비자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어떻게 상품을 팔아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아는 생산자들이 스스로 판로를 꾸미고, 이익을 분배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한다는 목적에 공감한 거다. 대신 경쟁력을 갖고 영리하게 싸울 필요는 있으니 주식회사 구조로 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씨네21_리얼라이즈픽쳐스는 대기업 투자배급사와 일해서 재미를 봤으니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웃음)
원동연_나도 후회하고 있다. (일동 웃음) 농담이고, NEW의 약진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극장도 안 갖고 있는 NEW가 단시간에 시장에서 자리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극장체인을 갖고 있든 아니든 콘텐츠가 섹시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었다.
최용배_우리가 협력을 먼저 의논해야 할 대상은 PGK이다. PGK쪽에는 정식으로 제안을 했고 지금 협의 중이다. PGK와 협의가 되면 그다음은 영화인들이다. 영화인들도 공공배급사의 방향과 미래에 대해 발언할 권리와 지지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씨네21_청어람처럼 제작한 영화를 그때마다 내놓는 방식을 취할 것인가, 기존의 투자배급사처럼 일년치 라인업을 확보한 뒤 차례로 운용할 생각인가.
이은_각자 견해가 있겠지만 자칫 리틀빅의 입장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얘기가 조심스럽다. 그건 나중에 따로 만나서 대답을…. (웃음)
씨네21_한해 성수기는 한정되어 있다. 각 제작사의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라인업을 어떻게 운용할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최용배_쓸데없는 걱정이다. (웃음) 리틀빅이 이 규칙을 따른다는 건 아니지만 투자배급사의 일반적인 원칙이 있긴 하다. 배급사에서 좋은 영화라면 한다. 경쟁력 없는 영화는 안 한다. 만약 두 영화가 여름 시즌에 겹쳤을 땐? 두 영화가 각각 7, 8월 배급에 동의하면 그대로 가면 된다. 둘 다 7월을 원하면 하나는 다른 배급사에서 한다. 그러면 같이 경쟁하는 거다. 리틀빅이라면 제작사와 주주를 좀더 배려하겠지만, 크게 보면 그런 일반적인 방식을 응용하게 되지 않을까.
씨네21_그러면 누군가는 상심하지 않을까. (웃음)
원동연_내가 CJ와 <마린보이> 할 때 나도 설 시즌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CJ 내부에서 평가하고 모니터링하고 점수내서 계량화한 결과 <마린보이>는 설 뒤로 가라고 했다. 물론 잠깐 삐친다. 하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시장의 논리다.
최용배_영화는 콘텐츠 자체의 힘만으로 모든 게 결정되진 않는다. 전부 상대적인 관계의 결과다. 경쟁작도 중요하다.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더 센 경쟁작을 만나면 2등이 되는 건데.
원동연_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할 때 <광해>가 추석 시즌에 들어가느냐, <늑대소년>이 들어가느냐,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다. <광해>가 들어가게 돼서 <늑대소년>쪽에선 굉장히 섭섭해했는데 <늑대소년>이 10월 비수기를 관통하면서 파이를 다 먹고 갔다. 성수기엔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이 있고, 콘텐츠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은_그런데 이 모든 건 리틀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의 상황이다. 뭣하러 벌써 그런 부딪침까지 고려하나. (웃음) 정신만은 분명하다. 십시일반. 대동단결.
씨네21_지난 5, 6년간 대기업 독점 구도가 확고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리틀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은_갑자기 회사가 확 커져도 피곤하지 않겠나. (웃음) 사실 이렇게 순식간에 긍정적으로 회사가 탄생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는데 좋은 제작사들이 선뜻 참여하는 걸 보고 또 놀랐다.
최용배_신생 투자배급사들이 활동하려면 영화계에 자본이 풍부하게 유입돼야 하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다. 부가판권시장이 확장되면서 자본을 조달할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몇년간은 신규 배급사가 생기기는커녕 있던 배급사도 없어지는 안 좋은 상황이었다. 여러 경로로 들어와야 할 자본이 막히니까 대기업이 전체 자본의 80, 90%를 점유하게 됐는데 실제로 지난해부터 신규 배급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배급사가 자리잡을 여지가 생긴 거다.
엄용훈_지금처럼 대기업 중심으로 영화를 투자, 배급, 상영하는 수직계열화 구조에서 페어플레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경쟁 자체가 어렵다. 어차피 우린 여러모로 경쟁력이 부족하니 리틀빅 고객에겐 수수료 조정이나 창작자의 지위를 보장하는 식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를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오랜 기간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관객의 냉정한 판단을 신뢰하고 싶다. 처음부터, 앞으로도 계속 부탁하고 싶은 건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것이다.
원동연_제협이 스탭들 표준계약서를 만들지 않았나. 물론 모든 제작사가 우리가 만든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진 않겠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표준계약서가 나옴으로써 많은 시나리오작가들이 자신에게 이런 권리가 있었음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의도였다. 마찬가지다. 리틀빅의 운영을 통해 지금까지 투자배급사와 극장으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받고 있었는지 제작사들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후배들은 좀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환경에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선배인 우리의 몫인 것 같다.
씨네21_배급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라인업 확보와 자금 조달이다.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주주들의 출자금만으로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금융 자본의 유입도 받아들일 계획인가.
이은_앞으로의 계획이라 얘기가 조심스럽다.
최용배_기자회견 뒤 출자하겠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이은_말로만 그러는 건 2, 3일밖에 안 간다. 얼른 전화해서 계약해야 돼. (웃음)
씨네21_가령 창투사가 투자하는 방식이 아닌 주주출자를 하겠다고 하면 가능할지.
최용배_몇 십억원을 출자한다고 해도 열배 이익을 내라, 100억원 벌고 싶다는 투자자는 모르겠다. 순수하게 사업적으로 고민해서 일부를 출자하고 프로젝트 투자에 참여하겠다든지 하는 출자라면 환영이다.
동등한 경쟁, 공정한 분배를 고민했다면…
씨네21_리틀빅이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존 투자배급사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거래도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한다.
원동연_수직계열화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의 수직계열화는 극장을 갖고 있는 투자배급사들의 일종의 직무유기 같다. 한국영화가 외화보다도 더 좋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극장은 광고이익, 매점 이익, 부동산 가치 등 여러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 역슬라이딩을 하거나 부금정산이 늦고, 예고편을 트는 데도, VPF도 우리가 돈내야 되는 상황이다. 영화시장에서 극장이 얼마나 성장했나. 그런데 VPF, 부율, 광고비 아무것도 조정 안 하지 않나. 전체 영화인들이 동등한 경쟁, 공정한 분배를 고민했다면 우리가 무엇하러 리틀빅을 만들었겠나.
이은_말이 너무 과격하다.
원동연_…수직계열화가 나쁘지 않다는 것만 강조해서 써달라. (웃음)
엄용훈_지금은 할리우드영화와 당당히 겨룰 수 있을 정도로 한국영화가 성장했다. 그런데 대기업의 거대한 힘에 의해 불공정한 행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기 영역에서의 진짜 자존심을 지켰으면 좋겠다. 그게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최용배_최근 5년 사이에 만들어진 나쁜 관행 중에 감독과 직접 거래하는 것. 프로듀서들과 짜고 제작자를 따돌리는 것도 있다. 제작자를 빨대 꽂는 존재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투자자뿐 아니라 감독, 프로듀서 사이에도 있었다. 다행히 최근엔 많은 제작자가 그렇지 않다는 걸 몸으로 증명해내긴 했다. 얼마 전 롯데와 CJ의 투자배급 계약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 의외로 롯데는 우리가 만든 표준계약서에 근접해 있어서 신기했다. CJ 계약서는 감독, 프로듀서, 주요 스탭 중 음악, 미술, 촬영, 예산과 시나리오, 주요 촬영장소의 최종 승인권을 CJ가 갖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 롯데는 작품마다 개별 계약서였고, CJ는 회사와의 계약이 있고, 별도 계약서로 영화와 타이틀 계약이 있었다.
이은_엄밀하게 말하면 제작자의 권리가 계약서엔 없다. 계약서대로라면 결국 투자자가 모든 걸 정하는 게 된다. 관행상 터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았을 때 꺼내는 게 계약서이지 않나. 절대다수의 제작자가 투자받기 위해선 사실상 제작권리를 포기한다.
최용배_영화를 극장에 걸 때도 일주일 단위 상영을 보장해야 한다. 몇관을 틀든 상영관 자체를 온전히 보장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일주일 단위가 아니라 회차 단위로 계약한다. 어떤 영화는 개봉일에 1회와 10회에만 상영, 금요일도 1회와 10회에만 상영, 주말은 아예 안 틀고, 다시 월요일 1회와 10회에 상영하는 식이다. 두 가지 이유가 짐작된다. 하나는 그 기업 총수의 천박한 취향이거나, 다른 하나는 직원들의 과열된 충성심이다. CJ에 근무한 적이 있는 창투사 임원이 해준 얘기가, 자기가 CJ에 있을 때 극장 이익을 위해 바꿀 수 있는 사항들을 적어내라고 했다는 거다. CJ만의 얘기가 아니라 사실 극장에 생긴 많은 부작용이 대개 그렇게 아이디어를 모은 탓이다.
씨네21_특히 PGK의 젊은 프로듀서들이 가장 많이 하는 푸념은 사실상의 수익배분이 8:2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제작사가 가져가야 할 4의 지분에서 공동 제작 명목으로 반을 나눠 결국 2의 지분밖에 못 갖게 된다.
이은_투자가 절박한 제작사 입장에선 들어줄 수밖에 없다. 부와 기득권의 쏠림에서 오는 불균형의 문제 같다.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리틀빅은 한쪽으로 쏠린 시계추를 가운데로 당겨오려고 하는 거다.
최용배_불균형은 어쩔 수 없다지만 공정하게는 할 수 있지 않았겠나. (웃음)
엄용훈_기획개발이 열악한 회사들을 서포트한다는 명분으로 공동 제작을 한다는 건데 그만한 서포트를 해주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취하려 하는 게 당연한 기업의 논리다. 그렇지만 영역을 침범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원동연_사실 투자배급사가 리스크를 안는 걸 고려한다면 8:2로 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도 팜 시스템이란 게 있지 않나. 메이저리그팀이 마이너리그팀과 계약을 맺고 자질이 보이는 선수를 지원하는 제도다.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아이디어가 있는데 자본금이 없어? 그럼 내가 서포트할게. 내 덕에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했으니 두 번째, 세 번째 영화까진 우리랑 같이 하자. 이런 제안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너 내가 키워줬으니 월급 반 내놔. 이건 아니지.
씨네21_PGK의 젊은 프로듀서들은 현재 대기업과 활발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리틀빅에 관심을 보일까.
원동연_대안배급사를 만들긴 했지만 우리가 기획개발비를 다 대줄 순 없기 때문에 PGK 후배들이나 열악한 상황의 동료들에게 진입장벽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들의 움직임을 우리가 말릴 순 없다.
이은_아까 말한 공동 제작 관행은 리틀빅이 잘되면 저절로 없어진다. 어쩌면 PGK 후배, 동료들 중에도 이런 혜택을 보고 우리에게 올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
대결구도가 아니다
씨네21_리틀빅의 향후 비전을 제시해달라.
원동연_영화계가 섹시한 곳이구나,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내가 성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줄 수 있어야 좋은 애들도 온다. 아무리 해봐야 노예밖에 안된다면 누가 오겠나. 대기업은 시장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일을 해야지 그 안에서 파이를 자꾸 더 뜯어먹으려고 하면 안되지 않겠나. 말하는 거봐. 진짜 스마트하다, 나. (웃음)
이은_덮어놓고 공격하는 게 아니라 시장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바람에서이니 리틀빅이 왜 이렇게 출발하게 됐는지에 집중해주었으면 좋겠다.
엄용훈_그간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흥미로워서 대결구도로 보는 견해도 있는 것 같다. 영화계가 필요로 하는 다양성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공정치 못한 상황이 굳어진 것에 대해 우리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자는 의도로 출발한 거다. 건강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얻을 기회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최용배_정부가 적당히 개입해야 힘센 사적 주체의 독과점이 제한받을 수 있는데 그런 건강한 개입이 없으니 영화인과 대기업만 남아 대립관계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너무 뒷짐지고 있는 건 아닌가 지적하고 싶다.
엄용훈_동시대에 살았지만 공룡은 멸망하고 바퀴벌레는 살아남았다는 말이 생각난다. 몸집이 큰 공룡은 자신의 작은 상처를 인식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늦은 반면에 바퀴벌레에겐 작은 상처조차도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되므로 늘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최용배_사례가 서글프다. (웃음)
이은_이제 막 회사 하나를 만든 것뿐이니 조심스레 한발 한발 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