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영화사업부문은 한달 전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간 공석이었던 한국영화사업부 본부장 자리에 권미경 상무가 선임됐다. 그는 숙명여대 물리학과(91학번)를 졸업한 뒤 광고회사 농심기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광고대행사 웰콤에서 광고 일을 하던 중 “영화쟁이”라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2007년 CJ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해 해외영화 마케팅 업무를 맡았고, CJ E&M 통합법인이 출범하면서 한국영화 마케팅 팀장이 되었다. 그리고 월트디즈니코리아로 옮겨 할리우드영화의 국내 마케팅을 책임지다가 올해 5월 다시 CJ E&M으로 돌아왔다.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한달 정도 조직을 둘러보니 어떤가.
=업무가 생경하진 않다. 마케팅실에 계속 있었으니까. 본부장이 되면서 조직을 재정비했고 지금은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다. 라인업을 점검하고 있고, 함께 일하는 제작사와 감독도 만나고 있다.
-최준환 상무가 본부장이었던 2010년 이후 본부장 자리는 공석이었다.
=그간 정태성 대표가 본부장 자리를 겸직해오고 있었다. 보통 본부장이라면 한국영화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와 배급을 총괄한다. 하지만 나는 배급 대신 마케팅을 맡는다.
-투자 단계에서부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목적인가.
=마케팅 출신인 데다가 지금까지 마케팅 일을 해왔기 때문에 마케팅 분야에 관련한 노하우를 발휘해 ‘엣지’있는 영화를 찾거나 시대에 부응하는 영화를 찾아내라는 의도로 이 자리에 앉힌 것 같다. 본부장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라면, 영화 공정의 가장 앞 단계인 투자에서 마케팅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프로젝트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기획, 투자, 마케팅 등 여러 공정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이 자신이 맡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면 전체를 바라보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
-CJ엔터테인먼트에 2013년은 어떤 해였나.
=언제나 배가 고프다. 매년 같은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부분도,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편수나 관객점유율, 관객수 같은 숫자보다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했다. 그게 아쉬움에 대한 올해의 다짐이다.
-인건비, 물가, P&A 비용 등 제작에 투입되는 여러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시장의 사이즈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CJ가 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가.
=그런 점에서 <설국열차>는 CJ에 글로벌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해준 ‘선물’이다. 전세계 관객에게 <설국열차>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마치 파라마운트 라인업을 국내 배급할 때 파라마운트가 우리를 서포트한 것처럼 우리 역시 전세계의 배급사를 서포트할 수 있었다.
-최근 CJ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건가.
=현재 베트남 극장가에서 최고의 흥행작이 된 <더 웹툰: 예고살인>이나 중국에서 흥행한 <이별계약>처럼 한국영화를 아시아 시장에 배급해 수익을 올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지에 진출해 직접 현지 영화를 제작/투자하는 것도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 사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내 스크린 수나 관객수만 생각하면 큰 예산이 투입되는 영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게 글로벌 시장이나 한류가 불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총관객수 2억명 시대를 연 2013년 극장가를 호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관객수가 몇편의 흥행작에 편중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점에서 2014년 산업의 분위기를 어떻게 예상하나.
=그럼에도 CJ와 타사의 라인업을 보면 2014년도 당분간 호황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꼽은 2014년 자사 라인업 중 기대작은.
=<수상한 그녀>. 캐스팅과 캐릭터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CJ의 2014년 라인업의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설 영화로 손색이 없다.
-2014년 타사 라인업 중 기대작은.
=<군도: 민란의 시대>와 <드래곤 길들이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