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송혜교] 두근두근 젊은 엄마의 인생
2014-08-26
글 : 주성철
사진 : 백종헌
<두근두근 내 인생> 송혜교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젊은 엄마 미라(송혜교)의 젊었을 적 별명은 ‘씨발공주’였다(방송 홍보 인터뷰에서는 그 단어를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는 송혜교가 먼저 그 네 글자를 시원하게 내뱉었다). 그처럼 욕 잘하고 억척스런 미라의 면모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원작 소설에서 아이는 그런 어머니에 대해 “말이 고픈 사람처럼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라고 묘사한다. “어머니의 말 속엔 부사와 형용사와 감탄사가 많았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에 대한 품평을 잔뜩 늘어놓았다. 다섯명이나 되는 외삼촌들의 인생역정을 다 듣는 데도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였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장황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생생하고 구체적일 수 있었다”고도 덧붙인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궁금하지만, 바로 그 미라를 송혜교가 연기하기에 더욱 궁금증이 생긴다. 깔끔하게 한줄로 정리할 수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송혜교는 말 많고 욕 잘하는 젊은 아줌마로 나온다.

그러니까 이전까지 보지 못한 송혜교의 모습을 볼 것이란 기대는 충분히 채워진다. 이재용 감독은 미라를 진짜 아줌마로 만들기 위해 보다 ‘생활의 때가 잔뜩 묻은’ 모습을 원했다. “적당히 아줌마처럼 머리를 만지고 와도 ‘머리가 너무 예쁜데?’라고 지적하고, ‘조금 더 지저분하면 안 돼?’라고 요구했다. (웃음) 기본적으로 ‘아줌마 파마’ 헤어스타일이었는데 평소에는 촬영장에서 졸지도 않지만, 이번에는 잠을 자도 감독님이 아무 말씀이 없었다. 잠을 자서 머리가 눌리면 그게 더 좋다는 거다. 얼굴 붓는 것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턱이 2개로 겹쳐 나오면 대환영이었으니까. (웃음)” 그런 얘기는 강동원은 물론이고 송혜교가 이른바 우월한 ‘비주얼’을 지닌 배우라는 측면에서 무척 신선하다. “동원씨나 나나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의 선입견이 있는 배우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아니, 저 두 사람이 부부로 나온다고?’ 하는 의심 가득한 궁금증이 제일 크다는 것도 안다. 그저 한없이 편하게 가자는 생각뿐이었다. 보는 사람이 ‘진상’으로 느낄 정도로까지. (웃음)”

하지만 남들과 조금 다른 아이를 둔 어머니의 모습에서 아픔이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얼핏 <말아톤>(2005)의 김미숙, <마더>(2009)의 김혜자 같은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했다. 그들은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더 강해져야 했다. “미라는 아이 앞에서 늘 밝은 모습만 보여주는 엄마다. 살면서 힘든 얘기, 혹은 후회스런 얘기들을 오직 대수(강동원)와 있을 때만 털어놓는다. 철없는 엄마처럼 보이지만 어떤 순간에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눈물겹다. 그래서 오히려 더 든든하게 느껴진 것도 같다.” 어쨌건 엄마를 연기한다는 영화 속 책임감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의 송혜교가 지닌 심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라의 발랄함은 그저 어린 친구들의 발랄함과는 좀 다르다. 어느덧 나도 30대 초반이 되었고 점점 얼굴에 ‘철판’을 깔 수도 있게 됐다. (웃음) 그처럼 내 지난 시간이 가져다준 경험이 자연스레 미라에게도 녹아들었을 것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 맨 처음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도 나 역시 가졌던 그런 기대 때문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한 가족의 애틋한 이야기다. 그는 “미라의 모습이 실제 우리 엄마와 너무나 닮았다”며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할머니가 매일 드러누우실 정도로 사고뭉치였다더라. 동네 어르신들이 우리 엄마를 다 싫어했단다. (웃음) 한번은 어머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눈물이 왈칵 쏟아진 적이 있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에 한 그릇에 500원 하는 단팥죽을 너무 좋아했는데 할머니가 잘 사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마루에 떨어져 있던 500원을 보고는 ‘우리 엄마 죽었으니까 이제 단팥죽 사먹으러 가야지’ 했단다. 사실 후회막심한 회고담이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얘기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처럼 철없는 엄마가 얼마 전 <두근두근 내 인생> 트레일러를 보고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처음에는 오랜 해외 작업으로 인한 국내 팬들과의 거리감, 다소 무거운 영화들에 출연하며 가라앉았던 기분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이라 생각했지만,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보다 더 깊숙이 들어와 바로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최근 TV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제외하고는 해외에서 머무는 기간이 더 길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왕가위의 <일대종사>(2013)를 오랜 기간 촬영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하반기 개봉예정인 오우삼의 <태평륜> 촬영도 끝냈다. <태평륜>은 1949년 실제 중국에서 발생한 선박 침몰 사건을 다룬 영화로 장쯔이, 금성무 등과 호흡을 맞췄다. 다음으로는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는 로맨틱 코미디 <아시여왕>에도 출연한다. 그렇게 송혜교는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있다.

헤어 이혜영·메이크업 안성희·의상협찬 조셉, 질 스튜어트, 크루 바이 비이커, 주카, 바네사브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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