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화통한 배우 전도연 vs 소심한 감독 류승완 [5]
2002-03-02
사진 : 오계옥
정리 : 이영진
류승완과 전도연 서로를 말하다

전도연, 류승완을 말하다

“고사 날, 부인 사랑한다고 만세삼창 하더라”

류승완은 소문난 짠돌이다. 술 사는 거 한번도 못 봤다. 물론 내가 먼저 자리를 뜰 때가 많아 일일이 확인을 못하긴 했지만,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분명코 그는 짠돌이다. 오늘도 ‘내가 쏠게’ 그러지만, ‘그냥 산다’가 아니라 앞에 무슨무슨 말도 안 되는 전제조건을 붙인다. 물론 그는 술도 잘 못 먹는다. 또한 그는 공처가이기도 하다. 고사 지낸 날, 스탭들 앞에서 ‘부인을 사랑한다’고 만세 삼창을 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아이 자랑이 따라붙는다. 현장에서 다른 스탭이 아이 사진 들고 있으면, 다른 일 하다가도 제쳐놓고 달려온다. ‘어디 봐’ 해놓고서 ‘예쁘다’고 그랬던 적은 없는 것 같다. 하긴 세상에서 자신의 딸보다 예쁜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아빠가 어디 있겠나 싶다. 여기까지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속속 들여다볼 만큼 편한 자리를 갖진 못했지만, 내가 갖고 있는 자연인 류승완에 대한 기억이고 느낌이다. 일이야기도 하나 덧붙여야겠다. 현장에서 여배우한테 무관심하기로 유명하고, 또 그래서 불평을 늘어놨지만, 정작 그가 현장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그래서 그 열기에 전염될 때가 많다. 그게 감독 류승완의 진짜 힘이다.

류승완, 전도연을 말하다

“타고난 재주꾼, 한계를 모른다”

전도연은 타고난 술꾼이다. 내가 보기엔 술을 너무 과하게 마시는 것 같다. 대신 그는 시간약속은 ‘칼’이다. 촬영 끝내고 다 같이 한잔씩 할 때 그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내가 내일 촬영 있으니까 그만 하는 게 좋지 않겠어’ 하는 그런 쓸데없는 참견을 생각조차 못하게 만든다. 다들 전도연을 두고 현장 적응력이나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가끔 ‘다른 걸로 한번 해볼까요’ 해도 금방 무슨 뜻인 줄 알아챈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그를 마주친 감독들은 ‘매번 자신이 원하는 톤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만족감을 갖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타고난 것 같지만은 않다. 아까도 말했지만, 전도연은 아무 생각 안 하고 현장에 온다고 했다. 그러고서 현장 와서는 그 엄청나게 많은 컷 앞에서 태연스레 리액션까지 한다. 근데 내가 보기엔 그거 미리 계산이 서 있지 않으면 죽어도 안 되는 거다. 밑그림이 없는데, 남의 대사 들어가며, 액션 봐가며 받쳐주는 것까지 가능하겠나. 타고난 재주꾼이 아니라면 매번 그는 거짓말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전도연만큼 용기있는 배우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주문 하나 하자면 여기서 멈추지 말고 좀더 극단으로 자신을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물론 그가 달았던 조항처럼 시나리오만 좋다면.

의상협찬 J 로즈로코 뉴욕, 안나 모리나리, Miss six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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