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은 실제로 맨체스터대학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체스터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 같은데.
=들어본 적 있다. 사실 데릭 자코비가 연극 <브레이킹 코드>에서 앨런 튜링을 연기한 적 있기 때문에 앨런 튜링의 존재에 대해서는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에 조명되지 않은 그의 다른 부분들까지 알지는 못했다. 그레이엄 무어가 쓴 우리 영화 스크립트를 읽으며 앨런 튜링에 대한 커다란 호기심이 생겼고, 그의 전체 삶을 조망한 앤드루 호지스와 데이비드 리비트의 책들도 찾아보면서 비로소 그에 대해 좀더 알게 된 것 같다.
-이번의 앨런 튜링을 비롯해 줄리언 어산지와 스티븐 호킹과 셜록 홈스까지 당신의 필모그래피는, 당신이 천재들에 대한 뛰어난 해석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실제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이번에 연기한 튜링은 수학 천재인데, 나는 계산기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웃음) 내가 연기할 때 고민하는 부분은 이런 천재들이 이룬 특별한 것들을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전하는 방법이다. 보통이 아닌 그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는 것! 어쩌면 배우에게 이는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일 수 있지만, 항상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식의 도전이 늘 즐겁다.
-앨런 튜링과 셜록 홈스를 비교한다면.
=흠… 내가 똑똑한 누군가를 연기하는 동안 대중은 내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가 다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같은 이유로 악인을 연기할 때에는 내가 악인 전문 배우라고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이것은, 자신이 이해한 정도에서 타인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사람들에게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는 보통 사람이 천재보다 많다.
-실존 인물과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당신이 슈퍼히어로를 연기한다고 가정해보자. 분명 ‘슈퍼 재능’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가상의 캐릭터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고 하더라도. 실존 인물의 경우에는 그를 얼마나 그답게 표현하느냐에 대한 압박감이 존재한다. 때문에 배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실존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그 역할이 극 안에서 설득력 있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탐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사실 유머가 넘치는 영화다. 튜링의 직설적 어투가 특히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튜링은 언어를 해석하는 부분에서는 재능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이것이 그가 언어 역시, 있는 그 자체의 표면적 논리로 해석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그런 그가 사회집단에 속하게 되었을 때 오는 괴리감을 가볍게 그리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나는 그가 비사회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셜록의 경우 다소 소시오패스적인 면이 있지만 튜링은 그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대중의 그것과 달라 그저 사회적 비주류였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