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다를 수 있음을 인정받고 싶었다
2015-02-12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키라 나이틀리

-어떻게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나.

=5년 전쯤 앨런 튜링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그때 매우 놀랐다. 나는 역사를 매우 좋아하지만 그의 업적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영화화될 거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중 어느 파트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때문에 조앤 클라크 역을 제안받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다. 시나리오상에서 그는 매우 작은 배역이었는데,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 중 누구도 배역의 크기나 비중을 보고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시나리오 자체, 이야기 자체로 커다란 매력이 있는 영화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실제 블레츨리 파크에서 촬영이 진행될 때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라.

=사실이다. 지금 내가 연기하고 있는 조앤 클라크가, 실제 수십여년 전 이곳에서 지금 나처럼 움직이고, 숨쉬고, 생각했다고 생각해보라! 가슴 설레면서도 조금 묘한 감정이 뒤섞이지 않겠나. 처음 블레츨리 파크에 갔을 때는, 런던 근교에 있는 이곳에 왜 그동안 한번도 와보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는 <어톤먼트>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전에 함께 작업했던 배우와 다시 만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특히 즐겁게 작업했던 배우라면 더더욱. 베네딕트와 나는 <어톤먼트> 이후, 줄곧 친구로 지내왔다.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심지어 서로의 지지자가 되어주는 역할로 만나 너무 기뻤다. 베네딕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커다란 설득력을 부여하는 매우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튜링을, 그가 아닌 다른 누가 이만큼 연기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크로스퍼즐이나 수학을 잘하나.

=(웃음) 정말정말 못한다! 학교 졸업 뒤 수학을 해본 적이 없었다. 뭐, 학교에서도 수학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고. (웃음) 사실 극중에 나온 크로스퍼즐을 실제로 풀어본 적이 있는데, 5일 동안 들여다보았지만 결국 다 풀지 못했다.

-얼마 전 찍은 당신의 상반신 누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다.

=당시 사진의 경우 촬영 뒤 보정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수락했다. 페미니즘이라기보다는… 지금 우리 사회는 시각적인 부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데, 나는 모두가 동일한 가치관에 따라 동일한 모습으로 지내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또한 인정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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