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열차>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떡국열차>가 화제가 된 것과 별개로, 지난해 내가 부집행위원장으로 있는 ‘olleh국제스마트폰영화제’를 꾸리면서 호란, 남규리 등에게 연출을 맡기며 김구라에게도 아들 동현이와 함께 영화를 찍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적 있다. 그는 그때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한번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전문 방송인처럼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의 근본은 ‘희극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리얼라이즈픽쳐스의 김호성 대표가 마침 비퍼니스튜디오스를 런칭했고, 진짜 <떡국열차>를 단편으로라도 찍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촬영장에서도 봉준호 감독과 문자를 주고 받던데.
=연출하기로 마음먹고 봉준호 감독에게 시놉시스를 보여준 적 있는데, 상당히 재밌겠다고 했다. 물론 <설국열차>의 코믹스 원작자는 따로 있지만, 봉준호 감독에게 최대한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나의 장점인 ‘에로틱’을 결합해 재미난 작품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떡이 크로놀이군요!’라며 놀라기도 했고 분량에 여유가 있다면 길리엄(존 허트)과 그레이(루크 파스콸리노)의 게이 섹스라든지, 커티스와 에드가(제이미 벨)의 사실상 브로맨스적인 어떤 아사사한 관계 묘사까지 부탁했다. 꼬리칸의 성비 불균형이 심하다보니 남자간의 로맨스가 자연히 많았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본편에서 제대로 다룰 틈이 없었다고 이제 와서 그걸 나한테 부탁하는 건 좀…. (웃음)
-패러디 무비의 쾌감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80∼90년대 영화만을 소개하며 6개월 정도 진행한 적 있다. 그때 패러디물들을 줄기차게 보면서 ‘이런 추억의 영화들이 왜 다 사라져버렸나’ 안타까웠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총알 탄 사나이>(1988)인데 지금은 그런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도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한국 영화계에서는 무려 10년도 더 된 <재밌는 영화>(2002) 이후 그 명맥이 끊긴 것 같다. 그래서 <떡국열차>는 <설국열차>뿐만 아니라 <레미제라블>이나 <명량>도 패러디한다. 매일선이 등장할 때 그 유명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사옵니다”라는 대사를 패러디해서 진짜 12켤레의 신이 등장하는 식이다. (웃음)
-현재 준비하고 있는 <그녀는 관능소설가>의 진행상황은.
=<떡국열차>도 그렇지만 여전히 내 가능성을 검증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티스트 봉만대>(2013) 이전의 내 영화들은 이야기와 인물의 심리묘사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아티스트 봉만대>를 기점으로는 밝아지고 싶었다. 에로가 결코 음침하지 않다,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를 피에로라 생각하고 영화적으로는 B에로를 추구한다. 상반기 크랭크인이 목표인 <그녀는 관능소설가>는 그 연장선에서 또 다른 에로틱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계속 ‘봉만대스러운’ 것을 발견하고 또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