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관객들에게 에로틱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2015-03-02
글 : 이화정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샘 테일러 우드 감독 인터뷰

-R등급 개봉작 중 호응이 높은 작품이다.

=선정적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영화는 비극적인 관계에서 존재하는 아주 복잡한 러브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많이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함께할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다. 이런 감정들이 흥행에 도움을 준 것 같다.

-어떻게 작품에 참여하게 됐나.

=프로듀서 마이클 드 루카가 작품을 소개해줬다. 다른 작품을 함께하다가 그 작품이 무산되면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함께하자고 하더라. 책을 한번 읽어보고 어떻게 할지 감이 잡히면 하겠다고 했다. 기존 영화들에서 보지 못한 요소들이 이 작품에 있더라. 그래서 끌렸다.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데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책을 영화로 각색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원작이 풍부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훌륭한 가이드가 돼주었다.

-그레이를 연기한 제이미 도넌은 찬반이 분분했던 캐스팅이었다.

=제이미는 원작 소설에서 묘사하는 그레이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잘생기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딱 그랬다. 하지만 내가 본 건 다른 지점이었다. 그는 감정이 풍부하고 깊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들이 억누름 속에서 새어나오는 그레이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고통의 붉은 방’을 비롯해 원작에서 묘사된 하드코어적 섹스 신을 어떻게 표현했나.

=장면마다 모두 새로워야 했다. 섹스를 하고 또 하고 또 하면 관객은 그냥 “또?” 이러고 말 거다. 그런 반응이 아니라, 아름답고 에로틱하면서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마치 각 신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작업이었다.

-영화는 결국 아나스타샤라는 여성의 성적 판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성으로서 더 공감가는 부분, 연출에 반영된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난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로서의 경험밖에 없다. 남자감독은 어떻게 연출했을지 상상이 잘 안 간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다코타와 제이미는 나를 아주 편하게 생각했다. 내가 여자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친밀하고 믿음직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서 그럴 수도 있다.

-처음 그레이로 인해 아나스타샤가 변하지만, 결국 아나스타샤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성에 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그레이가 변화한다. 두 남녀의 심리묘사가 섹스 장면의 묘사만큼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협상을 하는 것이다. 아나스탸사가 자신을 내세우고 일종의 권력 이동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녀는 좀더 자신 있고 강인하게 느껴진다. 아나스타샤가 천천히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다. 이 변화를 통해 그녀는 그레이를 서서히 움직이고 무너뜨린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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