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를 풍성하고 화려한 일급 대중영화로 확정한 제1원소는 액션이 아니라 앙상블 드라마로서의 재미와 완성도였다. 그리고 앙상블 중 가장 강력한 스파크를 튀긴 복식조는 헐크/브루스 배너와 토니 스타크였다. 철갑에 갇힌 아이언맨과 벌거숭이 헐크, 농담에 중독된 토니 스타크와 그늘을 두른 브루스 배너, 기계적으로 치밀히 통제되는 빨간 슈퍼 솔저와 통제 불능의 녹색 거인. 둘의 교감과 대비는 근사했다. <어벤져스>의 결말에서 둘은 한차를 타고 센트럴파크를 떠났고 <아이언맨3>의 에필로그에서는 상담자-내담자 관계로 깜짝 재회하기도 했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디어였다고 본인이 주장한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도 둘은 각별할 예정이다. 울트론의 창조에 함께 관여하고, 어벤져스 팀에서 일종의 구단주 역할을 맡게 된 스타크가 ‘헐크 선수’의 분노 조절을 위해 헐크 버스터를 발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취재진 앞에 나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마크 러팔로는 30년쯤 함께한 부부 만담 콤비를 방불케 했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의 관계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그야 설명하기 쉽다. 자기야? 마크? (바통을 넘긴다.)
마크 러팔로_방금 로버트가 말한 내용에 아주 조금만 덧붙인다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말을 끊으며) 조스 웨던 감독은 둘 다 과학자이자 엔지니어이고 발명가 타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고로 시너지는 당연하다. 게다가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집과 일자리까지 이 사람한테 제공한다.
마크 러팔로_나한테 잡힌 거지. (웃음) 그리고 둘 다 일탈자 기질이 있지만 토니쪽이 훨씬 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성품이 온화하다.
마크 러팔로_성품이 온화하고 자아를 잘 수용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함께 과학을 토론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솔직히 <어벤져스>에서 우리 둘은 숨길 수 없는 화학반응이 있었잖나. 그게 토대다.
-한동안 떠났던 프로젝트로 복귀해 다시 뭉친 기분은.
=마크 러팔로_영화를 찍다보면 모르던 사람들을 알게 되고 중간쯤 지나 편안해지는데 2편은 그동안 도달하려고 노력해온 지점부터 출발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1편의 엄청난 성공은 도움인 동시에 난점이기도 하다. 성공을 통해 다들 에고가 조금씩 비대해졌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새로운 영화는 항상 원점에서 출발하고 똑같은 실패 가능성을 수반한다. 지금 우리는 전편에서 쌓아올린 관계와 감독을 향한 신뢰에 의존하는 중이다.
-1편에서 함께한 배우도 있고 새로 합류한 연기자도 있는데 분위기는.
=마크 러팔로_우리는, 실제로 정말 서로를 좋아하는 가족 모임 같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다시 말해 현실에서 이뤄지는 가족 모임의 반대라고나 할까.
마크 러팔로_재회한 가족처럼 그새 <어벤져스> 이후 다른 영화로 큰 성공을 누린 멤버도 있고 그새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있고 당장 임신 중인 멤버도 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게다가 누구는 영화를 칸에 출품해 우리 팀 모두를 굉장히 있어 보이게 해줬다. (마크 러팔로의 <폭스캐처>를 지칭한다.-편집자) 마크한테 고맙다. 그뿐인가? <HBO> 시리즈 <노멀 하트>도 정말 훌륭했다. 마크가 우리 수준을 올려줬다.
-<어벤져스>와 <아이언맨3>를 거치며 토니 스타크는 상당히 변했는데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그의 에고는 어떤 상태인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다른 인물들을 또 고생길로 끌어들인다. 단, 이기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모두를 도우려는 동기로.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해 어벤져스가 어서 실업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 토니의 기본 입장이다. 나의 에고? 나로 말하자면, 내가 아는 제일 겸손한 인간이다. (러팔로가 쿡 웃자) 왜 웃지?
-울트론 역의 제임스 스페이더와 당신(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1990년대에 <터프 터프> 같은 영화를 함께 찍은 옛 친구다. 이번 협업은 어땠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굉장했다. 내가 트레일러에서 낮잠 좀 자려고 하면 제임스가 들어와서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부터 코믹콘 소식까지 광범한 대화를 시도하더라.
마크 러팔로_그래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뭐라고 했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말도 마라. 엄청 훌륭한 배우다. 적절한 캐스팅은 마블 영화 성공의 열쇠 중 하나인데 제임스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난 왜 생각 못했을까 무릎을 쳤다. CGI로 그려지는 다른 많은 악당과 달리 제임스는 현장에 매일 나와 직접 촬영하며 즐기고 있다.
-본인 성격과 극중 슈퍼히어로의 그것을 비교한다면? 토니 스타크처럼 세트에서 동료들을 놀려먹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그냥 진실을 말해줘라.
마크 러팔로_(미소) 로버트는 남을 잘 돕고 친절하고 관대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의기양양) 들었나? 반면 마크는 우리 중 누구보다 자기 캐릭터랑 닮았다. (좌중 폭소 후 정색하며) 배너 박사가 관심을 가질 만한 각종 과학적 화제를 논할 수 있을 만큼 마크는 철저히 준비돼 있다. 그는 말하는 대사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는 배우다.
-이번 영화의 헐크 연기에 앤디 서키스의 도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마크 러팔로_여러분은 “헐크 스매시!” 같은 외마디 대사 이상을 헐크로부터 못 들어봤겠지만 더 많은 뉘앙스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앤디 서키스는 정말 신기하고 신묘한 상상의 대가로 기술을 배우가 쓰는 도구로 바꿔버렸다. 우리의 특별한 협업을 통해 헐크가 보다 설득력 있고 풍부해질 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스케줄은 마블 영화와 <셜록 홈스> 시리즈로 꽉 차 있는 듯한데 다른 계획이 있다면 들려달라. 듣기로는 피노키오에 관한 프로젝트가 있다던데 목수 제페토도 토니 스타크처럼 엔지니어라 흥미롭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개발 단계, 즉 죽도록 느리게 진행 중이다.
마크 러팔로_오, 피노키오 역인가 제페토 역인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연극 <트루 웨스트>처럼 도중에 배우들이 역할을 교환하는 캐스팅을 생각하고 있다.
-<어벤져스>와 비교해 조스 웨던 감독의 연출은 어떻게 변했나.
=마크 러팔로_한결 편해 보인다. 1편 찍을 때는 절반이 넘어갔을 무렵 입술을 하도 씹어대서 거의 없어졌더랬는데…. (웃음) 아무래도 많은 캐릭터를 빚고 각기 목소리를 부여하느라 고역스러워했으며 신경쇠약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시나리오도 훌륭하고 감독은 1편의 성공이 가져다준 힘의 정점에 있는 것 같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그리고 조스는 굉장히 자기평가에 엄격하다.
마크 러팔로_하지만 재미있는 스타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내 욕을 하기 전에 차라리 내가 먼저 욕하게 해주세요” 하는 식의 자학이 아니라 본인의 잠재력과 손에 쥔 힘을 정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하는 자성이다. 그나저나 질문 안 하고 있는 기자들,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질문한 기자들이 싫다는 건 아니다. (좌중 폭소)
-벌써 토니 스타크 연기가 다섯 번째다. 계약하면서 연기 경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은 없었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없다. 매번 처음 같고 기대치 때문에 전보다 오히려 두렵다. 새 영화에 들어갈 때마다 아침에 깨어나 대체 무엇이 토니 스타크의 인기를 만들었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렇다. 마크랑 나는 가끔 슛 들어가기 몇분 전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인생이 뭔지 모르겠다고 서로 소곤거리다가 사인을 받고 연기를 시작한다. 조스 웨던 감독은 진심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좋아서 일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시즌쯤 되어서 뚱하니 대화도 없고, 다음주 대본에서 작가들이 내 캐릭터 죽인다고 좋아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마크 러팔로_인터넷을 보니 제레미(제레미 레너)를 죽였다는 말이 돌던데? (웃음)
-본인들도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시리즈에 나온 세부를 잊어버리나.
=마크 러팔로_난 안 그래도 길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다. 저 인물이 누구더라 싶을 때도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정색하고) 난 예전 영화를 다 복습했다. 보고 싶기도 해서, 생일에 어린이들을 모아 같이 보기도 했다. 배우로서 내 책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마크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 것 같지만. (일동 폭소)
마크 러팔로_아니, 나도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_솔직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통달하는 데에는 진짜 전문가가 필요하다. 케빈 파이기 대표나 제레미 레첨 프로듀서 그리고 조스 웨던 감독 같은….
마크 러팔로_그리고 열두살짜리 내 아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