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대사 없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2015-05-29
글 : 송경원
조지 밀러 감독 인터뷰
조지 밀러 감독

<매드맥스>는 80년대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대부가 아니라 21세기 카체이싱 영화의 출발이 될지도 모른다. 제작 당시부터 <엠파이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고난과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그 와중에도 조지 밀러는 은연중 기쁨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가 공개되자 조지 밀러의 수줍은 투정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대번에 납득됐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대사 없이 행동과 표정, 눈빛, 음악, 액션으로 최대한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영화인 만큼 거꾸로 단 한마디 말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엠파이어> <버라이어티> 외 기타 공식 인터뷰상에서의 답변을 묶어 조지 밀러 감독이 펼쳐놓은 생각들을 모았다.

-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로 돌아갔나.

=일단 경제적이다. (웃음) 몰락한 디스토피아로 가는 건 중세로 돌아가는 일과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이 명확하게 주어져있다. <매드맥스>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 여기에 긴 추격전을 넣고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사연을 드러내고 싶었다. 맥스는 자신의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쳐야 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는 이러한 구성을 드러내기에 효율적이다. 게다가 사막에서 차량을 충돌시키는 일은 강렬하면서도 기묘한 쾌감이 있다. 현장에서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과 직감을 따랐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었다. (웃음) <매드맥스>를 만들기 위해 미칠 필요는 없었지만, 분명 그게 도움이 됐다.

-대사가 별로 없다. 심지어 주인공의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앨프리드 히치콕이 ‘일본 관객이 자막을 읽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는 유명한 말이 영화제작의 지침이 됐다. <매드맥스> 1편에서 그런 시도를 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로 계속하고 있다. 대사 없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평론가 케빈 브라운로가 쓴 <The Parade’s Gone By>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그 책을 보면 과거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퍼레이드가 인기를 잃었다고 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바로 그 퍼레이드의 부활이다. 영화언어는 무성 시대에 대부분 진화를 마쳤다. 영화와 연극의 가장 큰 차별점은 액션과 추격 장면이고 그것이 나의 관심사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페미니즘적인 색깔과 메시지가 강하다는 의견이 있다.

=샤를리즈 테론이 맡은 퓨리오사 사령관 역은 여태껏 없었던 여성 캐릭터다. 그녀는 강인하고 자립적이며 꺾이지 않는 영혼을 지녔다. 임모탄의 다섯 아내는 퓨리오사에게 감화되어 학대의 쇠사슬을 끊는다. 다섯 아내의 대장 격인 스플렌디드가 특히 퓨리오사를 닮았다. 다섯 아내가 각각 현명함, 자비로움, 순진함 등 여성의 여러 일면을 그리고 있다. 그녀들은 시련을 통해 성장하고 끝내 두발로 선다. (더 대그 역의 애비 리가 스스로 정조대를 끊는 장면은 노골적인 상징만큼 인상 깊다. 다섯 배우는 3주 동안 시드니에서 리허설을 하며 여성의 복잡다단한 일면을 구체화하고자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유명한 페미니스트 작가 이브 엔슬러와 시간을 나눴다고 한다.-편집자)

-CG를 줄이고 스턴트맨과 아날로그 촬영을 고집한 이유가 있나.

=그렇게 찍고 싶었다. 그게 전부다. 알다시피 지금은 카메라를 어디든 장착할 수 있다. <매드맥스> 1편을 촬영할 때 우리는 아나모픽으로 찍었는데 비용이 매우 저렴한 촬영 시스템이란 점이 이유 중 하나였다. 지금은 크기가 더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그 크기가 아니었더라면 장착하기 힘들었던 그 어느 곳이든 붙일 수 있다. 우리 영화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역동적인 현실 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그래서 촬영도 구식으로 하고자 했다. CG도 물론 사용했지만 모든 스턴트 장면은 실제 스턴트 배우가 연기했고 주•조연 배우가 직접 촬영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영화언어를 만들려고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단지 카메라가 있어야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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